프로그램공급 계약을 둘러싼 한국디지털위성방송과 한국케이블TV PP협의회 소속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의 갈등이 드디어 수면 위로 불거지는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위성방송측과 프로그램공급계약을 추진해온 KDB계약협상단(대표 MBN 전정만 전무)은 27일 12시 프레스센터 국화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위성방송측이 독점 사업자의 지위를 악용해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위성방송 측이 제시한 프로그램 사용료 35%와 광고시간 20% 배분 등은 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PP뿐만 아니라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도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협상단은 28일 방송위원회에 이 문제를 중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행동을 같이 하기로 하는 등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위성방송측과의 대화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협상단이 공개적으로 나선 것은 그동안 위성방송측과 벌여왔던 협상이 별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PP협의회 회원사들은 협상단을 통해 위성방송측에 수차례 협상을 요구해 왔으나 위성측은 “PP 전체를 대변하는 대표성이 결여돼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협상단이 간담회와 공개적인 중재요청을 한다고 해도 위성방송측에서 이들의 의견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위성측은 이번 일에 대해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계약 조건의 수정은 어렵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측의 관계자는 “현재 57개 PP 중 40여개가 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계약 조건을 대폭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PP와 협상단에 속한 PP의 계약내용을 다르게 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PP에 끌려 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
또 방송위가 이번 일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위성측은 이미 위성 중계기 사용료를 PP측에 부담시키는 등 사업계획서 수정과 관련해 방송위와 협의를 마친 상태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계약 당사자인 위성방송과 PP, 지상파 방송사들의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에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포함된 협상단과의 프로그램공급 계약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위성방송 전체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위성방송과 일부 PP간의 계약 결렬로 당초 선정됐던 채널이 교체되거나 계약이 계속 미뤄질 경우 위성방송은 채널 패키지 구성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지는 등 불안한 출발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위성방송측 관계자는 “PP들을 파트너사로 인식하고 최대한 양측의 이견차를 좁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것”이라며 “계약의 최종 기일을 정해 두고 일부 PP만을 탈락시키는 극단적인 처방은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양측이 서로 마주보고 달리기 보다는 위성방송의 안정적인 사업 개시를 위해 한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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