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금시장의 지배자’의 저자 정효신

 IT기술과 소설을 접목시킨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오는 작업이다. 소설가의 개성과 문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즉 IT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무리 IT가 10여년 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어도 감히 IT를 소설로 풀어쓰려는 시도는 거의 전무했다.

 그러기에 IT 전문 작가 1호인 정효신씨(41)가 펴낸 ‘황금시장의 지배자’(북앤피플 펴냄)는 유독 돋보인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권력, 자본의 유착을 밀도있게 다룬 ‘황금시장의 지배자’는 이미 IT 관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화제작이다.

 우선 소설 속 상황들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가라는 물음이 가장 앞선다.

 “물론 허구입니다.”

 정효신 작가는 책 첫머리 ‘작가의 말’ 첫 문장에서 ‘이 소설은 사실과 무관한 허구임을 밝혀둔다’며 선을 그었듯 기자에게도 분명하게 말한다.

 “다만 지난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워크 매소드 프로젝트에 참여해 많은 자료을 접하고 또 정부·기업 등 당시 IMT2000 사업자 선정에 연관됐던 관계자를 자주 만나 정보를 얻어던 것은 사실입니다.”

 ‘워크 매소드’(Work Method)란 연구소나 정부기관에서 기술개발 툴에 대한 프로젝트에 작가를 포함시켜 그들의 취재력이나 기획력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 작가는 당시 ETRI와 함께 ‘IMT2000이 대중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엇인가’라는 미래 전략 시나리오 작업을 수행했다.

 ‘사업권만 확보하면, 일본의 NTT도코모와의 지분 매각 협상 줄다리기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제1이동통신 사업자인 유니콤과 NTT도코모, 중국 차이나모바일을 연결하는 단일 통화권 구축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사업권만 확보된다면…. (본문 중)’

 IMT2000 사업에 관련된 소설 곳곳의 묘사들은 여느 신문의 분석기사에 버금간다. 이에 대한 물음에 정 작가는 독특한 이력을 소개하며 답을 대신한다.

 “‘가슴에 떠도는 섬’으로 85년 MBC 문학상을 수상한 후 방송작가로 활동했습니다. 당시 MBC는 IT 산업이 세상을 바꿀거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방송작가를 IT 출입 기자처럼 키우려 했습니다. 그때 몇몇 방송작가들이 데이콤 등 IT업계 취재를 다니게 됐고 저는 이를 계기로 완전히 이쪽으로 들어와버린 셈입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는 엄연히 기자들에 비해 불리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주요 회사의 임원을 만날 때는 먼저 그 사람에 대해 꼼꼼하게 파악해 둡니다. 그 사람이 쓴 책을 읽어두는 것은 기본이고 그가 나온 신문기사를 일일이 스크랩합니다. 그리고 관련 분야 전문서적을 정독해 취재원과 ‘눈높이’를 맞춥니다. 인터뷰전에 질문지를 미리 보내거나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구요.”

 이렇게 10년 넘게 IT업계를 드나들다 보니 이젠 인맥이 생길 정도로 발이 넓어졌고 이는 고스란히 소설의 탄탄한 ‘리얼리티’로 이어졌다.

 정 작가는 사실 이번이 첫 작품은 아니다. 91년 ‘스물아홉 송이의 노란장미’(한길사)를 시작으로 ‘그린파일’(영림카디널) ‘종달새여, 노래하라’(신원문화사), ‘우리 휴대폰 덩크슛 쏘다’ 등을 집필한 어엿한 중견작가다.

 “그동안 사용했던 ‘정금애’란 이름대신 ‘정효신’이란 필명으로 낸 첫 작품입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갑니다.”

 IT 전문 작가 2호를 기다린다는 정효신씨는 ‘IT 업계 사람들만큼 착한 사람은 없다’는 아부(?)아닌 아부로 말을 끝낸다.

 

 ◇‘황금시장의 지배자’는 최대 경제 이슈로 떠오르는 황금시장, IMT2000 사업을 둘러싼 정부관료와 재벌 최고경영자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다룬 책이다. 주인공인 정보통신부 장신영 서기관을 통해 대기업의 해외자본 유치로 국내 기술시장의 해외종속화 문제 등 우리 경제의 첨예한 문제들을 파헤친다. 자칫 딱딱해 질 수 있는 IT기술을 소재로 픽션을 가미한 장편소설이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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