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 e비즈 전략]유선통신사업자 e비즈 전략

 2001년, e비즈니스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은 시작됐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e비즈니스 시장 선점을 위한 전투를 곳곳에서 벌이고 있다. 이미 해외 통신사업자들의 국내진출이 허용되면서 국가간 업무 영역은 파괴된 지 오래다. 사업자들은 국내 기반 확보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로 글로벌화된 시장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모바일비즈니스시장으로 진입하는 이동전화사업부문이 다소 여유있는 싸움이라면 유선부문은 그간 다져온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기반으로 숨가쁜 선점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특히 유선사업자들은 무선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세력손실이 상당해 e비즈니스시장을 사전에 선점,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80년대까지의 통신사업자 경쟁에서 가입자 모집이라는 업무가 음성통화료로 수익을 올리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90년대 이후에는 음성통화와 더불어 데이터통신, 새로운 서비스 상품 판매를 위한 유통라인 확보로 해석된다.

 유선통신사업자에게 있어 가입자 댁내까지 포설된 각종 유선망은 새로운 상품과 정보를 유통시키는 창구다. 이러한 창구, 이를테면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유선사업자들은 저마다 인터넷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포털을 구성해 각종 e비즈니스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통신사업자에게 있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e비즈니스를 수행하는데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온라인유통업체, e비즈를 표방하는 많은 포털, 커뮤니티,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업체들이 생겨나더라도 결국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로 향하는 정확한 유통라인을 확보한 통신사업자야 말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가장 경쟁력있는 e비즈기업이라 할 수 있다.

 ◇통신사업전략은 가입자 기반에서=한국통신·하나로통신·데이콤·두루넷·온세통신 등 유선사업자의 기반은 가입자다. 누가 얼마만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가는 통신사업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이들 사업자가 만들어낸 e비즈니스 전략은 대부분 기존 가입자 기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수백만명에서 수천여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통화료와 판매수익, 각종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이 수립된다.

 사업자는 가입자에 대한 성별·연령별 통화량은 물론 통화내역별·통화시간대별 정보이용현황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엄청난 고객정보다. 이 정보를 활용할 경우 고객에 대한 세부적인 마케팅기법을 작성할 수 있다. 최근 유선사업자들이 각 계층별·직업별·규모별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도 바로 자사가 보유한 상세한 가입자 정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선사업자가 가진 가입자에 대한 정보는 독점적이다. 가입자 정보를 보유한 기업은 새로운 시장·상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이 경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독점기업이 된다.

 새로운 기술개발에 따라 신기술을 지배하는 사업자가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쌓아온 네트워크 가입자 기반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포털가입자는 다른 포털에 옮겨가기가 쉽지만 네트워크 가입자는 쉽사리 변경하지 못한다. 바로 자신임을 구분하는 서비스 번호가 변경되기 때문이다. 번호를 바꾸려면 영업손실·비용손실이 뒤따라야 한다. 바로 이러한 번호이동성의 어려움, 네트워크 설치의 어려움으로 인해 유선사업자의 가입자 기반은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독점적 지위, 이른바 ‘자물쇠’효과를 누리

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유선통신사업자 마케팅의 핵심이다.

◇통합·복합상품 출연=유선통신사업자가 가장 경계하는 집단은 무선통신사업자다. 가입자에게 유선으로부터 자유를 부여한 무선사업자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통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유선사업자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경우 유선부문에서 음성통화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바로 이러한 무선의 도전을 거세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선사업자의 응전도 만만찮다. 유선사업자들이 무선통신사업자의 도전에 응전하기 위한 수단은 바로 유무선통합상품 개발이다. 사업자들은 가입자 댁내까지는 유선으로, 가정내에서는 무선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블루투스, 무선랜, 복합 다기능 폰 출시 등이 바로 그것이다.

 통합빌링도 가능하다. 유선과 무선의 통합빌링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음성통화·이동전화서비스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상품 판매도 가능하다. 여기에 포털사이트 등에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제공서비스·게임·콘텐츠 등이 가미되면 대대적인 요금인하가 이뤄진다.

 이 경우 역시 다양한 가입자기반을 갖춘 대형통신사업자가 유리하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고 소비자가 많을수록 다른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통신사업자간 기업결합,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에 대한 논의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대형사업자에 의한 규모의 경제 실현, 통합상품, 복합제품 개발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모여라 모든 기업=유선통신사업자의 e비즈 전략의 또 하나의 핵심은 단말기제조업체·유무선서비스·포털사이트·콘텐츠업체 등을 자사 네트워크에 연결시키는 것.

 여기서 유선사업자는 자사 가입자 기반을 이용해 각종 재화와 용역을 판매하는 코디네이터가 된다. 흥미롭고, 다양하고, 저렴한 제품을 확보해야만 자사 네트워크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통신사업자가 콘텐츠제공업체에 보내는 애정은 각별하다. 통신사업자가 유무선사이트 지원, 인터넷데이터센터 설립, 각종 콘텐츠업체 지원제도를 내는 것도 자사 그늘아래 온오프라인의 모든 기업을 두려는 마케팅전략의 일환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