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열풍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문화로 부상한 e스포츠가 하반기에는 사상 최악의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e스포츠의 맏형 역할을 해온 프로게임리그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네트워크 대전의 열풍과 함께 시작된 프로게임리그는 지난해 50여개에 가까운 게임단들이 창단되며 e스포츠의 꽃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기석, 강도경, 임요환, 이은경, 김인경 등 수많은 프로게이머 스타들이 배출되며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프로게이머가 장래희망 직업 1순위로 꼽힐 만큼 e스포츠는 인기를 누렸다.
또한 프로게임리그가 인기를 끌면서 경기실황을 중계하는 게임 방송도 덩달아 상종가를 구가했다. 온게임넷, 겜비씨, 겜TV 등의 게임전문 방송들이 잇따라 개국했으며 게임전문 해설가, 게임자키, 게임단 감독 등 신규직업도 생겨 났다. e스포츠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유망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하지만 프로게임리그는 올초 게임단들의 주요 스폰서였던 벤처기업들이 불황을 겪으며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50여개에 달하던 게임단 수는 20여개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대표적인 프로게임리그인 한국인터넷게임리그(KIGL)와 PKO리그에 게임단이 10개 미만으로 줄어 들었다.
이에따라 프로게임리그를 운영해온 게임리그사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더욱이 리그사와 게임단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기 시작했다. 또한 게임전문 방송사들이 KIGL과 PKO의 경기를 중계하던 것에서 벗어나 직접 리그를 개최하는 등 게임 프로모션 사업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e스포츠 업계를 둘러싼 주변 여건은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게임리그사와 게임방송사들이 동반자의 관계를 벗어나 경쟁 관계로 뒤바뀌는 기현상이 초래됐다. 특히 이들의 경쟁은 프로게임리그를 활성화와 e스포츠 시장의 파이를 확대하기보다는 서로 게임단을 유치하기 위해 게임대회 참가비용을 낮추는 등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벌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게임단들이 게임단협의회를 구성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게임단협의회 소속의 게임단들은 기존 리그사 중심의 프로게임리그 운영에서 탈피해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게임단들이
중심되는 리그를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같은 제반 상황이 맞물려 급기야는 2001년 하반기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국내의 대표적 게임리그인 KIGL과 PKO가 게임단의 참여 저조로 중도하차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따라 올 하반기 e스포츠는 온게임넷의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비롯해 겜비씨와 프로게임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KPGA 투어’ 등 방송사들이 개최하는 중소 규모의 게임대회를 중심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사 주최 리그는 개인전 형태로 치러지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을 스타로 만들기에는 효과적이지만 기업들이 e스포츠 마케팅 차원에서 참여하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KIGL이나 PKO리그와 같은 게임단 중심의 리그들이 열리지 못하고 개별 게이머들이 참가하는 대회만 치러질 경우 게임대회가 활성화되지 못할 뿐 아니라 e스포츠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만의 독창적 디지털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한 e스포츠가 하반기에 최악의 상황을 모변하기 위해서는 게임리그사, 게임단, 게임방송, 게임협회 등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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