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특약=iBiztoday.com】마운틴뷰에 있는 소프트웨어업체 알피리(Alpiri)에서 화려한 사무실이나 고급 식당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차세대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에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소수 정예 개발자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의미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입력자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혁신적인 검색엔진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첨단기술산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많은 벤처기업들은 요즘 상황이 지난 95년 당시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자금과 인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알피리는 지난 95년 창업 당시와 마찬가지로 ‘기술’ 자체에 다시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는 알피리를 위해서뿐 아니라 업계 전반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닷컴의 거품이 빠지면서 실패 사례가 속출하자 사람들의 들뜬 마음은 사라지고 시장에는 우울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벤처 자본가들의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됐으며 월가에서도 기술주를 기피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실리콘밸리 역시 몇개월 후를 내다보기도 싫을 만큼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부동산 가격은 터무니없이 치솟았으며 능력있는 개발자들 가운데 다른 지역으로의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제 둔화는 사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많은 업체들의 기업 가치도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
그러나 경제의 모든 영역이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에는 아직도 유능한 개발자들이 많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기술, 참신한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닷컴 열풍이 가라앉자 벤처 투자가들의 입장은 눈에 띄게 까다로워졌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 해도 투자 가치를 정하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여전히 희망적인 근거는 마이크로프로세서·저장·무선통신 등 세 가지 핵심 분야에서 꾸준하고 탄탄한 발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세 분야는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모두 달려들어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뿌리를 내리는 토양이 되고 있다.
대략 1년 6개월에서 2년마다 반도체 칩 위의 트랜지스터 밀도가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갈수록 칩이 더 작고, 더 빠르고, 더 저렴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장기술은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보다 훨씬 빨리 발전하고 있다. 특히 IBM 알마덴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픽시 더스트(Pixie Dust)’ 디스크드라이브 기술은 랩톱컴퓨터의 저장 용량을 수백Gb로 증가시켜줄 수 있다.
현재 거대 통신회사들, 특히 시내전화업체들은 자신들의 통제권 밖에 있는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확대를 막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광대역 기술이 비록 급속한 발전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핵심기술의 발전 양상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조작하는 모든 기기는 과거보다 똑똑해지고 기억력을 보유하게 되며 초고속으로 서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확천금을 좇던 벤처기업들이 기업공개(IPO) 등과 같은 자금유치사업에만 매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는 ‘기술’ 그 자체로 회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고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라는 어찌 보면 단순한 사실을 새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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