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술사장 사임 배경

 

 한국델의 김태술 사장이 8월말 사장직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말 한국델의 선장을 맡아 의욕적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보여온 김 사장이 8개월만에 갑자기 퇴진하는 것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초인 지난 2월부터 바잉파워를 앞세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워크스테이션(WS)을 삼성전자에 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제품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해왔으며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체계를 수술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줬다. 특히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한국내 PC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과의 합작사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 사장은 8개월만에 물러남으로써 이수현 전임 사장의 전철을 밟지 않느냐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이 전사장 역시 취임전 1500만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을 5000만달러 규모로 확대하는 등 매출확대에 진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 및 본사와의 이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진했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 한국델 관계자는 “아직 김 사장의 퇴진과 관련, 뭐라 할 얘기가 없다”면서도 “호주 출신인 스티브 노먼이 한국내 책임자로 현재 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사장이 자진해서 사임한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우선 김 사장이 그동안 못다한 공부를 하기 위해 자진해서 사임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사장은 체계적인 경영이론을 공부한 뒤 보다 큰 일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델의 경영방식과 한국적 경영방식의 충돌에서 오는 사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델은 원래 통신판매를 근간으로 하는 주문제작 방식의 영업을 고집해 오고 있다. 판매단계를 대폭 줄임으로써 더 싼 값으로 고객층을 뚫자는 것이다. 하지만 델의 직판 방식은 한계가 있었고 이를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본사와 의견충돌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더구나 경기부진에 따른 매출실적의 저조로 인해 본사와의 갈등이 깊어졌으리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델은 실제로 분기별로 매출실적을 집계하고 있으며 이를 경영의 주요 잣대로 삼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아태지역 본부와 한국지사의 문제가 더 큰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한국델은 이번 김 사장의 자진 퇴임과 함께 신임 스티브 노먼이 얼마나 한국적 영업환경을 헤쳐나가 PC 및 서버시장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다시한번 시선을 받게 됐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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