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불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요 관련 업체들의 실적 부진과 사업 정리·감원 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미 HP와 델컴퓨터는 이익이 크게 줄었고, 반도체 업계 세계 2위인 도시바와 유럽 최대 가전업체인 필립스는 감원 등의 구조조정 안을 내놓았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사원들을 휴가 보내 경비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HP=HP는 지난달 말 마감한 자사 3분기(4∼6월) 결산에서 순익이 1억1100만 달러(주당 5 센트)를 기록했다고 16일(미 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는 작년동기 실적(10억5000만달러)에 비해 90% 정도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의 당초 예상치인 주당 4 센트는 약간 웃돈다.
이 기간 매출도 118억달러를 기록했던 작년동기에 비해 14% 줄어든 101억 달러에 머무는 부진을 보였다.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이번 실적은 심각한 세계 경제 하강 국면에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며 “시장 환경이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유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4분기에는 이익 및 비용에 별다른 변동이 없는 데다 계절적인 요인이 겹쳐 일부 매출 성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델 컴퓨터=저가 공세로 PC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델은 가격 인하 영향으로 2분기 순익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2분기 순익이 4억3300만달러(주당 16센트)로 작년동기의 6억300만달러(주당 22센트)에 비해 30% 정도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감원 및 설비 조정에 따른 비용을 포함시키면 1억1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고 밝혔다.
델은 최근 위축되고 있는 컴퓨터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 소비자 판매가를 인하한 결과 순익이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기간 매출 규모는 76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 회사 COO인 케빈 롤린스는 “3분기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면서 “3분기의 주당 이익은 15∼16센트 범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도시바는 오는 9월말로 끝나는 2001 회계연도 상반기 결산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며 반도체가격 하락에 따른 매출 둔화를 감안해 감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 반도체 부문 담당 사장 나카가와 다케시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손실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은 작년 상반기 720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은 도시바 전체 사업 순익의 60%,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나카가와 사장은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조기퇴직 등을 제안하거나 해고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면서 “이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중대한 경영상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아직 올 상반기 실질 전망치를 내놓지 않은 상태이나 나카가와 사장은 “연간 실적 목표치인 500억엔은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필립스=필립스는 유럽 시장에 투입하는 VCR 생산을 일본 후나이전기에 위탁하고, 자체 생산에서 철수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생산공장의 인력 1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필립스의 이같은 결정은 유럽에서는 아날로그 녹화기기의 수요가 시장 성숙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아시아 시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품 면으로는 디지털 비디오와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에 주력해 나갈 방침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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