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교통시스템(ITS)용 자동요금징수시스템(ETCS)의 상용화를 앞두고 기술방식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16일 관련 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ITS표준화를 위한 전문 의견수렴기구인 ITS포럼(의장 오종택)이 오는 10월 중순께 ETCS 기술방식 검증을 추진함에 따라 수년간 지속된 ETCS 기술방식 논란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왜 다시 기술평가를 실시하나=ETCS를 위한 기술방식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한국통신·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LG전자·미래ITS·하이게인텔레콤·한국노바 등이 추진하는 능동형 단거리전용통신(DSRC), 삼성SDS의 수동형 DSRC, 그리고 AITS의 적외선(IR) 통신 방식이다.
3가지 기술방식은 수년간 ETCS를 위한 무선통신방식으로 논란이 거듭됐으나 정보통신부가 올초 20㎒ 대역의 주파수를 배정하고 이어 지난달말에는 방송·해상·항공·전기통신사업용 외의 기타 업무용 무선설비의 기술기준을 개정·고시하면서 사실상 능동형 DSRC로 낙착됐다.
수년간의 시험과 의견수렴을 거쳐 능동형 DSRC가 가장 유효한 기술방식으로 결정됐다는 것이 정통부의 논리였다.
그러나 문제는 ETCS의 실질적 사용자인 한국도로공사가 이미 삼성SDS가 개발한 30㎒ 대역의 수동형 DSRC를 기반으로 일명 ‘하이패스’ 서비스를 1년 이상 설치, 서비스한 것이 기술방식간 공방의 원인이 됐다.
한국도로공사는 능동형 DSRC가 아직 상용화 실적이 없고 경제성이 부족해 시기상조라는 판단아래 이미 지난 6월말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하이패스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최근 다시 정통부로부터 기술평가후 재검토를 조건으로 1년간의 유예를 얻어낸 상태다.
이에따라 ITS포럼은 오는 10월 중순부터 20여일간 3가지 기술방식을 재검증하기로 했으며 기술방식별 업체들은 또다른 논란을 재연하게 됐다.
◇능동형 DSRC=능동형 진영은 이번 기술평가를 지금까지의 지위를 다시 확인하는 자리로 이해하고 있다. 이 평가를 주관할 LG전자는 능동형 DSRC 제품 개발을 완료한 상태며 지난달말 대전시 첨단교통 모델도시 등에 교통정보와 버스정보시스템(BIS) 등의 상용 시연회를 거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는 주장이다.
LG전자는 정통부 기술기준 개정·고시에 따라 또 이미 능동형 DSRC 무선설비에 대한 형식등록을 끝마쳤다.
LG전자 관계자는 또 “능동형 제품이 수동형에 비해 고가라는 점 때문에 일부에서 경제성을 우려하고 있으나 수년전에 비해 기술이 계속 향상되면서 이같은 문제는 차츰 해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동형 DSRC와 적외선 방식=능동형 DSRC에 대해 반론을 펴는 진영은 크게 수동형과 적외선 방식 진영으로 나뉜다. 수동형 DSRC는 삼성SDS가 개발하고 한국도로공사가 채택한 것으로서 이미 상용화 경험이 있고 경제성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삼성SDS 관계자는 “데이터의 전송속도가 1Mbps인 수준에서 능동형 DSRC는 큰 의미가 없다”며 “우선은 상용성이 판정된 수동형 제품이 앞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삼성SDS는 이번 기술평가에 20㎒ 대역의 수동형 DSRC 제품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적외선방식은 AITS가 추진하고 있다. AITS는 세계적으로 적외선방식의 통신을 개발하는 추세이고 교통카드와의 연계가 쉽다는 점을 들어 이 방식을 주장한다. AITS도 이번 기술평가에 3, 4개 업체와 연대해 참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입장=능동형 DSRC 방식을 추진한 정보통신부는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 이번 기술평가는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입장이다. 이미 ETRI를 통해 충분한 기술적 심사를 거쳤고 국가 주파수 정책에 따라 채택된 만큼 불필요한 논란은 배제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대해 건설교통부는 이번 기술평가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건교부는 “이번 기술평가결과에 대해 정부정책이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서는 정책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에따라 수년간 거듭돼온 ETCS 기술방식 논란이 다시 불거질 공산이 커졌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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