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방송장비 시장-내수시장 2조..외산 독식 막아라

디지털TV, 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 발전은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문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말 본방송이 시작되는 디지털 방송은 향후 10년 이내에 TV·VCR·카메라·PC 등 가전기기와 방송시스템, 프로그램 등을 모두 디지털화하는 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들은 누구나 손쉽게 접근해 정보화를 촉진할 수 있는 지상파TV를 미래 지식정보사회의 핵심인프라로 인식, 지상파TV의 조기 디지털 전환을 추진중이다.

 디지털TV는 과거 수동적인 단순오락용 가전제품에서 벗어나 통합형(Integrated), 지능형(Intelligent), 대화형(Interactive)의 다기능을 지원하는 종합정보매체로 변모하고 있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우선 제작과 편집, 송출 등의 장비를 디지털화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방송사들은 지난 80년 컬러방송 시작 이후 사용돼 온 아날로그 테이프 기반의 방송장비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통신(Communication)과 컴퓨터(Computer)의 융합은 네트워크와 디스크 기반의 시스템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방송장비는 VTR기반에서 서버 기반의 시스템으로 바뀌고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방송제작, 송출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방송의 디지털화에 따른 산업 파급력을 경제가치로 환산했을 때 그 금액은 엄청나다. 디지털 방송을 둘러싼 다양한 경제주체를 살펴보면 정부, 방송사, 시청자, 방송장비업체, 각종 수신기를 생산하는 가전 및 컴퓨터업체, 부품업체, 방송프로그램을 제작공급하는 프로그램공급업체, 방송망 전송로를 제공할 통신사업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지상파 TV방송사는 종래의 아날로그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 방송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상파 TV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종합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소요비용은 약 2조원에 달한다.

 2조원이라는 비용은 다시 말해 ‘디지털’이라는 촉매제를 통해 육성될 내수시장에서 국내외 방송장비업체가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수출시장을 차치하고라도 2조원 내수시장에서 국내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방송기술 분야 중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전송분야의 경우 현재 국내에 상용화된 시스템은 거의 대부분이 국산이 아닌 외국산이다.

 대기업의 디지털 방송장비에 대한 투자는 디지털TV 등 극히 일부에 국한돼 있으며 제작·전송·송출·편집 등 나머지 분야에는 몇몇 중소규모 업체만이 소규모 자본력과 연구인력으로 자체 개발을 진행중이다.

 방송용 제작장비기술 현황 역시 국산화 개발장비의 활용은 거의 없는 상태다. 방송사에서 사용하는 카메라·VCR·스위치·효과기 등 주요장비는 모두 외국 유명 장비업체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방송의 국산화가 어려운 데는 크게 네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내 방송사들의 보수적인 태도다. 방송사고가 개인적인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국내 실정에서는 검증된 장비가 아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모험이 따른다.

 둘째, 국산 개발장비의 품질 및 신뢰도 여부다. 방송장비는 가전제품과 달리 엄격한 품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오랫 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해외업체의 제품을 배제하고 국산제품을 쓰도록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무리다.

 셋째, 통신장비와 달리 방송장비는 투자 수익성이 미약하다. 3개 지상파 방송사와 위성방송 1개사 및 영세한 케이블TV사업자로 구성된 한정된 시장에서 기존 장비와 경쟁해 시장을 개척하기란 매우 어렵다. 또 고난도의 기술을 적용해 어렵게 개발한 투자비용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는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것을 들 수 있다. 투자수익은 적지만 기술개발 파급효과가 큰 분야는 정부차원의 육성과 지원정책이 수반돼야 하지만 제작장비의 경우 정부지원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디지털 방송은 아날로그와 달리 컴퓨터와 통신, 방송기술이 융합(convergence)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어느 한 분야의 개발만으로 이루어지거나 특정분야가 독점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망, 서비스기술, 전송 및 송출기술, 신호처리기술, 제작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개발이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어느 한 업체가 주도하기보다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송장비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정보기술을 이용하는 추세로 급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적극적으로 관련 분야 육성이 요구된다.

 디지털 방송서비스의 종합적인 발전은 관련기술의 개발이 좌우한다. 국내 기술의 부재는 국내시장을 외국업체의 기술 경연장으로 전락시킬 뿐 아니라 더나아가 산업의 식민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까지도 디지털TV 전송방식 표준을 두고 업계가 사분오열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방송기술 개발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분야별로 시급하게 개발해야 할 과제를 선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방송기술 개발 인프라를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재하는 연구개발 주체를 연계한 효율적인 연구개발체제 확립, 과제발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예측하는 정책적 연구 및 국제표준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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