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골프와 경기부양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우리 사회에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금기시되는 것이 꼭 하나 있다. 바로 공무원이 골프를 치는 것이다. 다는 아니겠지만 공무원, 특히 고위 관리가 골프를 친다면 접대성으로 본다. 그러니 공무원이 골프를 치는 것에 대해 역대 정권이 아무리 관대하게 보아 준다 하더라도 불황 때 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최근 한 장관이 공무원의 접대성 골프를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말이 많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골프 금지령을 내리면 아무리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또 그것이냐’며 으레 볼멘 소리가 나올 법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경기가 워낙 좋지 않으니까 토를 달 이유도 별로 없을 듯싶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내수를 진작시켜 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할 판에 골프 금지령을 내려서 어쩌자는 것이냐”는 반발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상황이어서 결국 골프 금지령을 내렸던 당사자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골프가 소비를 통해 경기를 얼마나 부양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골프까지 경기 부양과 연결시키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은 눈물겨운 일이다. 오죽했으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는 ‘지방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노골적인 발표를 하는 것일까.

 정부가 이것저것 가릴 것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워낙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유명 시장조사 회사들조차도 우리 경제가 3분기에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2%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치를 내놓고 있으며 4분기에 경기가 회복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굳이 경기 부양이 선거를 비롯한 다목적 용도인 점을 차치하더라도 경기가 침체돼서는 국민 모두에게 득이 될 일은 별로 없다. 그러니 정부가 만사 제쳐두고 경기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통상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적극적으로 투자를 실시하는 것이다.

 먼저 수출은 우리의 해외시장인 미국이나 일본 등의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 특히 우리의 수출 주력제품이던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으며 나머지 제품도 이렇다 할 게 없다. 그러니 경기 부양을 수출에 기대하는 것은 단시일 내로 이루기에는 어려울 모양이다.

 또 하나는 통화정책으로 금리를 낮추어 대출을 유도함으로써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듯 우리의 한은도 마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돈이 은행 주변을 맴돌 뿐 투자로 이어지는 기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설비투자는 단기적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중기적으로도 생산력 증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주도한다. 그런데 정작 투자를 해야 할 기업가들은 움츠러들기만 할 뿐이다.

 기업체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그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은 세계경기 침체라는 외적 요인도 있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개혁에 대한 불안감이 그에 못지 않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당위성은 인정된다 하더라도 현실과 거리가 있는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나 또 기업의 규제 등은 기업가들에게 위험 요소가 너무 큰 것이다.

 이제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출연 연구소 등을 통해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내놓거나 감세정책, 단기간의 소비 지출을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설비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경제를 포함한 정치·사회 등 부문의 개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정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면 기업인들의 투자 마인드는 한층 되살아나기 쉬울 것이다.

 j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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