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이 아닌가.’
대학생 강영훈씨(21)는 눈을 의심했다. 아무래도 간판을 잘못 본 것 같았다. 다시 밖으로 나갈까 생각하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종업원에게 물었다.
“여기 PC방 맞아요?”
서울 청담동 사이버리아 PC방. 이곳에서는 이런 손님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도 그럴것이 입구부터 마치 고급호텔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신비스러운 조명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출입문에는 별 5개의 낯선 인증패까지 붙어있다. 출입문을 살며시 열면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도 언뜻 보인다.
이쯤되면 ‘잘못 왔구나’ 싶어 겁부터 날 수밖에. 간판만 보고 무작정 들어갔던 사람들이면 십중팔구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나온다. 그리고 ‘PC방’이라고 적힌 간판을 다시 확인한 뒤에야 머리를 긁적이며 출입문을 빼꼼히 연다.
고정관념을 깨는 PC방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호텔이나 고급카페 뺨치는 인테리어, 고객 입맛에 맞는 섹션화된 서비스, DVD방이나 휴게실까지 갖춘 최첨단 편의시설 등. PC방이라기보다 ‘차세대 멀티문화공간’이라 불러야 할 이른바 ‘귀족 PC방’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
담배연기 자욱하고 게임소리 요란했던 일반 PC방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귀족 PC방’이 하나의 신선한 충격과도 같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서울 청담동 ‘사이버리아 PC방’과 경기도 성남 ‘라이코스 스테이션 TIC’. 두 곳은 톡톡 튀는 인테리어와 세심한 서비스로 고객들의 입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이버리아 청담점은 입구부터 화려하다.
PC방 입간판과 별도로 ‘여기는 PC방입니다’는 문구를 출입문에 따로 붙여야 손님이 헷갈리지 않을 듯하다. PC방 프랜차이즈 업체인 사이버리아(대표 황문구)는 청담점이 우리나라 최고의 PC방이라는 징표로 별 5개의 인증패까지 선사했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PC방의 섹션화’ 선언이다.
실내를 ‘커플실’ ‘사이버멀티게임장’ ‘사이버증권방’ ‘화상채팅방’ ‘프로게이머동아리실’ 등으로 구분해 놓았다. 여기서는 초등학생부터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뒤섞여 요란한 기계음을 쏟아내는 정신없는 장면을 볼 수 없다.
또 1분이라도 떨어지기 싫은 연인들에게는 2인용 소파가, 주위 눈살을 받지 않고 마음껏 영상대화를 나누고 싶은 고객에게는 칸막이가 놓인 ‘개인룸’이 제공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고객 기호를 최대한 배려한 ‘맞춤 PC방’인 셈이다.
물론 화려한 인테리어와 최고급 PC사양은 기본이다. 화장실도 최고급 인테리어로 꾸며 백화점이나 호텔이 부럽지 않다. 유난히 많은 관상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실내를 연출하고 있다.
단지 흠이라면 PC방 이용료가 1시간당 1500원으로 약간 비싸다는 것. 하지만 1시간 이상 이용고객에게 음료수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을 감안하면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청담점 PC방 김영백 사장은 “섹션화된 실내는 개성과 자유를 강조하는 신세대들에게 큰 인기”라며 “화려한 시설과 별도로 포인트 적립제 등 기존 PC방이 생각지 못한 고객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최근 오픈한 성남 ‘라이코스 스테이션 TIC’는 신세대 PC방으로 유명하다. ‘튀어야 뜬다’는 모토아래 깔끔한 인테리어와 신세대 취향에 맞는 각종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편의시설은 i카페와 DVD전용존.
i카페는 즉석에서 음료를 제공하는 카페테리아, 게임·애니메이션·영화 등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캐릭터숍 등으로 꾸며져 있다. 또 DVD존에서는 연인이나 친구끼리 뛰어난 사운드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다른 PC방과 달리 여성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레이디존’이 있다는 것도 라이코스 스테이션 성남점의 자랑거리다.
고정관념을 깨는 PC방이 속속 탄생하면서 PC방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나홀로 게임족’이나 ‘나홀로 채팅족’이 줄어드는 대신 연인이나 친구가 함께 PC방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커플실’이나 ‘카페테리아’가 생기면서 PC방이 데이트 명소로 떠오르기도 한다.
섹션화된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시간대별 고객이 바뀌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사이버리아 청담점의 경우 오전부터 저녁 시간대에는 청소년들이 주고객이다. 하지만 밤 10시가 지나면 20∼30대 젊은이들과 연인들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고급화·멀티화’로 요약되는 차세대 PC방이 뜨는 까닭은 그동안 PC방 업소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면서 과당경쟁이 심화됐기 때문. 초고속 인터넷망 개인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PC방 서비스로는 더이상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워진 것도 한 요인이다.
여기에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도 PC방 세대교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차세대 PC방 산파역할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사이버리아’ ‘인터넷챔피언’ ‘사이버코리아’ 등 30여개곳. 최근에는 인터넷업체인 라이코스코리아도 이 사업에 가세,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PC방 프랜차이즈업체인 사이버리아 황문구 사장은 “PC방 주요 고객의 대부분이 이미지에 민감한 신세대들인 만큼 세련된 인테리어와 차별화된 서비스가 고객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화려한 실내 장식 못지 않게 각종 사은 이벤트나 포인터적립제 등 PC방 특성에 맞는 사후 고객관리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2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자체 모델·오픈소스·MS 협력…KT, AI 3트랙 전략 가동
-
5
마이크론 공략 통했다…펨트론, 모듈 검사기 공급
-
6
트럼프, 푸틴과 만남 “매우 곧”..EU 보복관세 계획엔 “그들만 다칠 뿐”
-
7
“브로드컴, 인텔 반도체 설계 사업 인수 검토”
-
8
머스크, 챗GPT 대항마 '그록3' 17일 첫선
-
9
천안시, 총 인구수 70만 달성 코앞…작년 7000여명 증가 5년 만에 최대 유입
-
10
속보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여야 합의로 산자위 소위서 가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