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 일본진출 배경

 수익모델의 한계에 부닥쳐 궁지에 몰린 국내 인터넷업계에 일본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업계가 내수부진과 자금경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초고속인터넷 등 인터넷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데다 일본 인터넷인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그간 인터넷투자에 실기함으로써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 인터넷 관련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인터넷업계는 올해가 일본진출의 최적기로 보고 있다.

 ◇달라진 위상=일본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진출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일단 일본내에서의 평가가 과거와 달리 상당히 호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에 관한 한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자금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돼 일본의 기업, 금융기관, 벤처캐피털이 한국 인터넷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들은 결국 국내기업의 일본진출에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적 코드=지리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일본은 이질감이 적다는 것도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일본행을 늘려나가는 이유이다. 그만큼 제품이나 비즈니스모델의 콘셉트를 잡기가 쉽다는 얘기다.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까운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적으로 양국은 유사한 면이 많아 비즈니스를 전개하기가 참 편하다”면서 “일본문화 개방 이후 동질감이 더욱 높아져 게임과 같은 콘텐츠나 솔루션을 수출하기에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인터넷을 매개로 ‘가까운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전략=해외진출의 ‘교두보’이자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일환으로서도 일본은 매력적인 나라로 분류된다. 올들어 국내 인터넷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해외시장 진출이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인터넷인구가 2000만명을 넘었다고는 하나 아직 내수만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엔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진출은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붐이 일고 있는 일본은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 교두보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안정적인 일본시장 진입은 타국 진출시 실적(레퍼런스)으로 내세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 ‘고스톱(일명 고돌이)’ 게임의 일본 역수출에 나서 주목받고 있는 네이버컴의 이해진 사장은 “일본진출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마케팅을 훨씬 자신감을 갖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 선진 비즈니스문화=일본이 인터넷업계의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되는 것은 ‘공짜’에 익숙한 우리나라와 달리 ‘유료’ 마인드가 잘 정립된 일본 특유의 비즈니스문화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대부분의 콘텐츠가 무료 서비스돼온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온라인 유료서비스가 잘 발달돼 있다. 이에 따라 시장진입 초기부터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갖고 출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10∼20대 네티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있는 청장년층 네티즌 비중이 높다. 일본진출을 추진중인 무선인터넷업계의 한 CEO는 “유무선을 막론하고 유료서비스를 당연시하는 일본의 소비문화가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일본진출을 유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일 가능한가=인터넷기업들의 일본진출 러시는 그동안 저가와 틈새시장을 무기로 했던 기존 제조업체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터넷업계가 무엇보다 다른 것은 일본보다 한 수 위라는 인식을 갖고 시작부터 정면으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경쟁업체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인터넷이 우리 기업들의 숙원인 ‘극일’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일본이 인터넷 외적인 기업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인데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터넷에 대한 전방위투자를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시장이 국내 인터넷업계 회생의 돌파구로서 가치는 충분하다”면서도 “조금 앞서 있다고 결코 일본을 얕봐선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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