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정보통신부에 함께 가기로 약속한 날이군요. 정부 과천청사로 가면 되는 거죠.”
통신장비업체 경영자인 A와 B의 전화통화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언제 정통부가 과천으로 이사했던가. 아니, 여전히 서울시 종로구 세종동 100번지에 있다.
정통부 위치를 잘 몰랐던 A씨는 규모있는 통신장비업체의 대표이사로서 2년여째 재직중이다. 당장 A씨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생겼다. 정보통신업 경영자가 규제기관인 정통부 위치조차 알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을 하면서 정부기관과 접촉할 일이 없을 리 만무하다. 만일 A씨의 경영능력에 문제가 없다면 그는 게으른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기자의 생각은 달라졌다. 수출시장 개척하기에 바빴고, 회사 이모저모를 살피는 데 여념이 없는 A씨가 굳이 정통부에 찾아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반문이다.
실제 그는 중국·미국·브라질 수출전선을 분주하게 오고 간다. 최근에는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대규모 제휴 및 합작건(비록 무산되긴 했지만)으로 눈코 뜰새가 없었다.
또다른 정보통신기업의 경영자인 C씨. 그는 정통부를 자주 드나든다. C가 경영하는 회사는 소위 유망 벤처다. 하지만 2년여째 뚜렷한 실적이 없다. 회사 발전 청사진(사업 아이템)에 높은 점수를 준 투자자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C씨를 정통부로 유인하는 것일까.
정보통신산업에서 주파수 대역,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권 허가 등을 관장하는 정통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민간기업으로서도 정통부는 친숙해져야만 하는 곳이다. 정통부도 산업의 특성상 낮은 문턱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정통부를 찾는 기업들에 미래가 있을지 의문시된다. 또 정통부 관료들은 A와 C씨 중에서 누구에게 더 호감을 갖고 있을까. 촌각을 다투는 정보통신산업 발전상에 걸맞은 제품개발, 수출영업만도 벅찰텐데.
<정보통신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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