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산업 매년 30% 이상 고성장’ ‘내수시장 외산 업체가 잠식’.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산업은 커져도 실속은 남이 챙기는 취약한 기반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 SW산업은 몇 년전부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SW 생산규모는 9조2500억원 규모로 집계되고 있으며 성장률은 전년대비 41%에 이르고 있다. 또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32%로 예상되고 있어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8.6%나 정보통신산업 생산 성장률 13%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SW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73%에서 2003년에는 3.4%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장기적으로 볼 때 전체 IT분야 가운데서도 SW산업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세계시장으로 시각을 확대해도 국내 SW산업의 잠재성은 확인된다. 전세계 SW산업의 평균 성장률은 13%로 국내 SW산업 성장률을 밑돌고 있으며 향후 5년간 추이를 예측하더라도 한국의 성장률이 세계 시장의 성장률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SW생산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를 넘어섰다. 2003년이면 2.2%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취약한 내수시장 기반 구조에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SW산업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외산 제품이다. 운용체계(OS),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미들웨어,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SMS), 개발툴 등 시스템 SW에서부터 ERP, CRM, SCM 등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오피스 등 사무용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외산 제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심지어 90∼100%에 이르고 있다. 내수시장 기반이 상당부분 외국업체에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OS분야에서는 일부 리눅스 배포판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있을 뿐 100%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및 사용자들이 MS에 지불하는 윈도 라이선스 비용만해도 수천억원에 달한다. DB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라클이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IBM, MS, 사이베이스 등이 나머지를 나눠먹고 있으며 한국컴퓨터통신 등 국내업체들이 차지
하는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미들웨어 분야에서도 BEA, IBM, 선 등 외국기업이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산 SW 개발업체인 티맥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시장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외산 업체가 가져가는 수익도 대폭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피스 분야에서는 MS가 거의 시장을 독식하고 있으며 SMS나 개발툴같은 부분에서도 큰 시장은 다 내주고 틈새시장 정도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분야의 경우는 시스템SW 분야보다는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 ERP, CRM 등의 경우 문화적인 특성, 업무 프로세스 등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국내업체들이 시장의 30∼5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룹웨어, 백신SW, 워드프로세서, 보안 등 일부분야에서는 국내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0∼8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분야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를 맞고 있으며 정부정책에 따라 의도적으로 조정된 시장도 많아 장기적인 경쟁력에는 다소 취약점이 있다.
내수시장의 왜곡된 구조는 올 상반기 국내업체와 외국계 업체의 매출 성장세를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업체는 상대적인 호황을 누린 데 반해 국내업체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라클, MS가 지난해 대비 60% 이상 성장률을 나타내며 올 상반기 5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둬들였으며 IBM, BEA, SAP 등도 50∼60%에 이르는 높은 두자릿수 성장을 기
록했다.
특히 본사의 성장률이 10∼20%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줄어든 미국시장내 매출을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보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업체들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거나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상반기에 실적이 전무해 존폐 기로에선 SW업체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국내 SW산업이 성장해도 그 증가분은 고스란히 외국기업의 손으로 들어가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해외에 진출한 국내업체들은 아직까지 큰 재미를 못보고 있다. 단발성 SI프로젝트나 소규모 패키지SW 수출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99년 전체 국내 SW업체가 해외에서 거둬들인 SW 수출금액은 총 5300만달러(약 700억원)로 MS 한개 기업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의 3분의 1도 안된다. 한마디로 참담한 수준이다. 일부 기관에서는 SW수출이 큰 폭으로 성장해 2002년경이면 국내 SW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나 통계상의 이론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낙관적인 조짐이 여러군데서 나타나고 있어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국산 SW가 꾸준히 내수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데다 수출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사례들이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XML, B2B, EIP, EAI, 메인메모리DB 등의 분야에서는 국내업체들이 다수 포진해있어 긍정적이며 특히 SW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컴포넌트 분야에서도 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장기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수출시장에서도 SI수출과 함께 OEM 수출, 해외 정부기관과의 공동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으며 패키지SW의 경우도 수출물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SW산업이 왜곡된 구조에서 조금씩 벗어나 정상궤도에 접어들고 있다는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집중과 선택의 묘를 적절히 살린다면 얼마든지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통부에서는 2005년까지 한국을 SW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 및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한국SW산업협회, SW진흥원 등 SW유관기관에서도 수출 인큐베이팅, 내수시장 기반 확대 등의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국산 SW 수출 경쟁력 어느 정도인가
대부분의 국내 SW업체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다. 내수시장은 너무 협소한 데다 외산업체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어 투입하는 노력에 비해 거둘 수 있는 성과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시장의 경우 시장규모 자체가 방대하기 때문에 일단 진입에 성공하면 매출에 탄력이 붙는다는 점에서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도 2003년에는 SW수출 규모를 11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히며 수출지원에 대부분의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국산SW가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시스템SW 및 유틸리티SW의 성공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 국가별 문화적인 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며 다른 솔루션과 연계해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교적 진출이 용이하다. 제품력이나 기술력 측면에서도 엇비슷한 수준이거나 부분적으로는 더 월등한 경우도 있다.
DB업체인 한국컴퓨터통신은 캄보디아 행정전산망 프로젝트 주계약자로 선정돼 2000만달러에 이르는 본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미들웨어 업체인 티맥스소프트 역시 일본과 미국시장에서 시장기반을 확내해 나가고 있다. 인사이트테크놀로지, 스콥정보통신, 인텔리전스웨어 등은 SW OEM이라는 신규영역을 개척해 무역수지 개선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유티리티SW 분야에서의 실적은 두드러진다. 정소프트는 지난해 40억원의 수출실적을 올렸으며 올해는 매출목표 25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디어랜드는 올해 100억원의 수출실적을 목표로 잡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는 씨넷,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해외 언론의 제품 비교에서 1위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세계 2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ERP, CRM, 그룹웨어, 워드프로세서 등의 애플리케이션 분야의 경우 시도는 많이 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화적인 특성이 반영돼야 하는 데다 각 지역 및 국가마다 토종업체들이 진을 치고 있거나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진입이 어렵다.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인력투입, 사후 지원문제가 쉽지 않은 것도 업체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애플리케이션 SW의 경우 단독으로 진출하기보다는 컨소시엄 형태로 공략하거나 시스템SW에 얹어 솔루션 형태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다.
한편 앞으로 유망한 SW수출 분야로는 컴포넌트, 보안솔루션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유럽, 동남아, 중남미, 중국 등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수출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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