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 제품 출시 앞둔 업계 반응과 시장 전망

 오는 10월 발표될 윈도XP에 대한 관련 IT업계 및 반도체업계의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이렇다 할 경기 반전 호재가 없는 업계로서는 컴퓨터 운용체계(OS)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윈도XP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PC·인터넷 등 IT업계와 반도체업계 등 윈도XP 출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분야의 기대와 움직임을 긴급 점검해 본다.



 ◇PC업계=PC업계는 윈도XP가 고사양 PC의 판매를 촉진함은 물론 전반적인 PC판매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IBM의 지난달 펜티엄4 PC 판매비중은 전달에 비해 10% 가까이 상승한 40%에 달했다. LGIBM측은 이에 대해 “6, 7월 펜티엄4 PC 판매가는 동일했으나 윈도XP 업그레이드 쿠퐁을 새로 제공하면서 펜티엄4 PC 판매비중이 10% 가까이 상승했다”면서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윈도XP가 펜티엄4 PC 판매비중을 높이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 국내 마케팅팀의 신필호 부장은 “윈도95에서 98, 윈도미(Me)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에서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적었지만 윈도XP에 대한 반응은 사뭇 다르다”며 “안정성·멀티미디어 기능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 침체된 PC시장의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윈도XP보다는 경기회복이 PC시장 회복의 최대 변수”라며 “통상 새 OS에 대한 반응이 6개월 뒤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윈도XP에 의한 PC시장 변화는 내년 하반기쯤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도 “윈도XP가 기존 운용체계에 비해 개선된 측면은 분명하지만 소비자인증이나, 1카피 1PC, 까다로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인증 등 반발요인도 적지 않다”며 “윈도XP보다는 3D게임이나 고사양 주변기기들의 등장이 PC시장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소프트웨어 업계도 윈도XP의 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패키지 업체들은 윈도XP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윈도XP에는 기존 윈도 버전에 비해 훨씬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추가된다. 인터넷폰이나 인스턴트메신저 같은 인터넷 관련 프로그램뿐 아니라 특히 멀티미디어 관련 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났다. 윈도미디어플레이어에서는 DVD롬을 재생할 수 있으며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편집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재생이나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는 윈도XP의 출시가 매출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파일 암호화 기능의 추가는 데이터 보호 소프트웨어 업체를 긴장시킨다.

 하지만 윈도XP가 당장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윈도에 그림판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가 포토숍이나 페인트숍을 추가로 구매하고 워드패드 대신에 아래아한글이나 MS워드를 사용한다”며 “중요한 것은 사용자에게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성능이기 때문에 전문업체의 애플리케이션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업계=윈도XP의 등장은 MS의 닷넷(.NET) 플랫폼을 구현하는 효시로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닷넷 플랫폼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기종간 서비스가 가능한 환경을 뜻하는 소위 ‘제3세대 인터넷’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확장성표기언어(XML)를 지원하는데서 보다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XML은 뛰어난 확장성과 이식성으로 인해 장소와 장비에 상관없이 서비스가 지원되게 된다. 예컨대 인터넷 분야의 만국공통어인 XML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PC와 일부 무선단말기에 한정돼 있던 인터넷이 날개를 달게 된다는 것이다.

 닷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터넷 환경이 변화되면 개인과 기업 이용자들은 단일한 환경에서 자유로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이성’이 높아진다. PC뿐만 아니라 무선단말기나 정보가전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나 일정을 수정하거나 삭제,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업체들은 단일한 XML 포맷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게 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용자 폭을 크게 늘릴 수 있게 된다. 또 거금을 투자해 서비스를 시작해도 이용자 기반이 적어 수익모델 개발에만 허덕이던 업체들은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이용자 접점을 넓힐 수 있어 차세대 인터넷 비즈니스모델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업계=윈도XP 출시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반도체업체들도 마찬가지다. CPU와 D램 업체들은 윈도XP가 극도로 침체된 반도체경기를 되살리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기존 윈도98/2000과 비교해 사용 환경의 변화는 적었다. 그러나 이번 윈도XP에선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윈도XP는 윈도2000에 비해 부팅속도가 2배는 빨라지며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 없이도 음악과 동영상, CD를 재생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고속 CPU와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

 윈도XP의 권장 사용환경은 CPU 300㎒, 메모리 128MB. 그렇지만 제대로 쓰려면 CPU 800㎒, 메모리 256MB가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펜티엄4급 정도의 CPU를 탑재한 고성능PC 정도가 돼야 윈도XP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텔과 AMD 등 CPU업체들은 윈도XP가 나오면 고속 CPU에 대한 수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준비중이다. 삼성전자·마이크론·하이닉스 등 D램 업체들도 윈도XP가 나오면 메모리 확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믿고 있다. 특히 256MD램이 주력 메모리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서둘러 이 제품 위주로 생산구조를 개편중이다.

 CPU와 D램 업체들은 당장 올 연말께부터 윈도XP 특수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새 OS가 나올 때마다 일단 구매를 늦추고 관망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감안하면 특수는 일러야 내년초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어쨌든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픈 반도체업체들에는 윈도XP의 출시 자체가 희망이 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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