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메인메모리 DB`시장 전망

 거대한 해일이 될 것인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남을 것인가.

 국산 메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가 세계시장을 강타할 수 있을지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구도, 국산 제품의 상품성, 사업주체의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잠재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미래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메인메모리DB 시장 왜 뜨나=메인메모리DB는 기존 오라클 등 상용DB가 디스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메인메모리를 통해 입출력을 처리하기 때문에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드디스크와 메모리의 입출력 속도를 감안할 때 최소 7∼8배에서 최대 수십배까지 성능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존 상용DB로 감당하기 힘든 고속, 대용량 데이터처리나 상용DB에서 자주 꺼내쓰는 데이터의 경우 메인메모리DB를 사용하면 별도의 하드웨어 및 네트워크를 증설할 필요없이 탁월한 성능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 시세데이터처리와 사용자 인증시스템에 메인메모리DB를 적용해 효과를 본 케이스다. 대우증권은 당초 상용DB로 이 시스템을 구성하려 했으나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아 메인메모리DB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정보시스템부 유동식 차장은 “메인메모리DB가 기존 상용DB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사용자가 늘어나고 데이터량이 많아지면서 고속처리가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메인메모리DB의 쓰임새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대우증권을 비롯해 현대증권,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주요 대기업이 메인메모리DB를 채택해 실제 업무에 사용하는 등 국내에서도 다양한 활용사례가 출현하고 있다.

 ◇세계시장 잠재성 커=세계시장은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 통신, 제조 등 일반 산업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것은 물론 각종 상용 단말기 및 애플리케이션에 기본 내장되거나 연계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알카텔, 에릭슨 등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들이 메인메모리DB를 자사의 통신장비에 내장해 데이터 고속처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BEA,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윈드리버 등 IT업체들도 상용 애플리케이션 및 시스템에 메인메모리DB를 적용, 차세대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시스템 구성에 필요한 비용도 크게 낮아지고 있으며 아이테니엄(IA-64)서버 등 64비트 컴퓨팅으로 이전하게 되면 메모리 제한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일반 PC메모리를 사용할 수도 있어 더욱 효용성이 커진다.

 업계 전문가들은 메인메모리DB의 효용성으로 볼 때 전세계 DB시장의 10% 가량은 충분히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간 100억달러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전세계 DB시장에서 10억달러 가량은 메인메모리DB가 차지할 수 있는 셈이다.

 이같은 잠재성 때문에 대표적인 메인메모리DB 업체인 미국 타임즈텐퍼포먼스사의 경우 인텔, BEA, 선 등으로부터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하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업체들과 전략제휴를 맺는 등 운신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국산 메인메모리DB 세계화 가능성은=그렇다면 국산 메인메모리DB의 세계화 가능성은 있는가.

 우선 세계 메인메모리DB 시장에서 뛰고 있는 업체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이 국내 업체에는 가장 유리한 대목이다. 현재 전세계 메인메모리DB 시장에 진출한 해외업체는 2∼3개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미국 타임즈텐퍼포먼스사 외에는 이렇다 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업체가 없다. 따라서 1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메인메모리DB 시장을 타임즈텐사와 나눠먹는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매출이 국내 업체들에 돌아올 여지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각종 BMT 등을 통해 드러난 기술력도 결코 외산 제품에 뒤지지 않아 단순한 희망사항만은 아니다.

 따라서 이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국산 메인메모리DB의 세계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와 함께 메모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까지 결합되면 메인메모리DB 분야에서도 인지도 및 신뢰도 측면에서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켜 ‘한국=메인메모리DB 강국’이라는 등식이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선결과제도 적지 않다. 사업주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자금력과 마케팅력이 약한데다 인력부족으로 R&D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각개약진만으로는 어렵다.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영세성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R&D를 진행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과 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업체들의 개별 노력과 함께 공동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방법, 컨소시엄 형태로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방안,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한 공동 마케팅 및 홍보 등의 국내 업체간 다양한 연합전선 구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자체가 메인메모리DB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학계, 연구계 및 정부에서도 전략홍보 및 마케팅 지원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