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탄생 20주년 `어제와 오늘`-시장규모 150兆 `IT걸작`

 

 오는 12일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인용컴퓨터(PC)탄생 20주년을 맞는 날이다.

 IBM 호환PC가 선보인 81년에는 대략 4만대 정도가 판매됐지만 현재는 연간 판매대수 1억3000만대, 시장규모 150조원, 관련제품 시장까지 합치면 수백조원 규모의 최대 IT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5년 만에 PC출하대수가 감소하는 등 최근 IT경기의 위축에 따라 축제분위기여야 할 PC탄생 20주년은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PC역사 =엄밀하게 말하면 이보다 5년 앞서 발표된 애플컴퓨터가 PC의 효시지만 81년 IBM이 반도체 업체인 인텔, 운용체계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함께 IBM 호환PC를 발표한 후 IBM 호환PC는 PC의 보통명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PC는 초기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의 계산기 역할을 수행하다가 저장장치의 대용량화 및 CPU의 고속화에 힘입어 일반인이 게임이나 음악 등을 즐기는 멀티미디어 기기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 붐에 따라 대표적인 인터넷 접속기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MP3플레이어, DVD롬드라이브, 개인휴대단말기(PDA) 등과 같은 차세대 전자제품을 지원하는 전자제품 기본 플랫폼 역할로 전환되고 있다.

 ◇기술혁신=첫 PC는 인텔의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인 4.77㎒의 8088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 DOS 1.0,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64k 메인메모리를 탑재했다. 하드디스크나 CD롬드라이브와 같은 저장장치는 아예 없었으며 마우스도 그 당시에는 없었다.

 가격은 3000달러로 이를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현재 금액으로 환산하면 5700달러 정도.

 이후 PC는 기술적인 진보를 거듭, 현재는 1.7㎓ CPU와 32비트 운용체계인 윈도Me, 하드디스크 40기가바이트, 256MB 메인메모리 등을 탑재한 제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20년 전과 비교해 단순 CPU 속도 증가로는 300배, 메인메모리는 4000배, 84년부터 채용된 초기 하드디스크 용량과 비교해서는 2000배 증가 등 놀라운 성능향상이 이루어졌다. 가격도 이러한 최신기종이 컬러모니터를 포함해 1200달러 정도로 5분의 1 수준.

 제프리 페이포트 하버드대학 교수는 만약 자동차산업이 PC산업과 같은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다면 현재는 롤스로이스차의 가격은 2.75달러, 1리터에 200만㎞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오는 2010년께는 10㎓의 프로세서까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측을 비웃는 기술적 진보=PC산업 기술혁신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으면서 명망가들의 예측은 빗나가기 일쑤였다. 지금은 컴팩에 인수돼 없어진 DEC의 창립자 켄 올슨은 “어떠한 이도 PC를 집안에 두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는가 하면, 빌 게이츠는 “PC메모리로 256k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PC산업의 명암=PC산업은 인간이 만든 최초의 오픈아키텍처 제품이다. 오픈아키텍처는 표준화가 이루어져 누구나 PC를 만들 수 있고 이 들 제품간의 호환성이 유지된다는 얘기다. 초기에는 오픈아키텍처임에도 불구, IT기술의 집대성이라는 측면 때문에 기술력있는 소수의 PC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문호가 개방됨에 따라 누구나 PC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이는 PC의 가격을 크게 낮춰 PC산업의 폭발적인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오픈아키텍처는 최근의 IT불경기와 맞물려 PC업체에 과다한 경쟁을 야기, 이익 측면에서 더 이상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과실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CPU와 운용체계를 좌지우지하는 기업에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러한 점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IBM은 IBM 호환PC 탄생 20주년을 맞고도 별다른 행사를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인텔과 MS는 8일부터 미국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국내에서도 이달 말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등 대조를 보이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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