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기업의 해외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터넷 열기가 주춤하고 IT시장 전반에 찬바람이 불면서 좁은 국내보다는 넓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도 한 몫을 했다. 물론 일부 기업은 단순히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혹은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제스처로 이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해외 진출을 원하는 IT기업에 이같은 정부의 관심과 배려는 큰 도움이다.
그러나 정작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기업은 어느 기업보다도 수출 첨병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정책적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에 숨은 ‘도우미’로 또한 정보화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알리는 ‘민간 홍보 대사’로 톡톡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된 적은 별로 없다.
인도네시아에서 2년째 인터넷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장호열씨(43·볼래넷인도네시아 대표) 는 “언제부턴가 국내기업 대상 컨설팅과 자료 제공이 전체 업무의 절반이 되었다”며 “그렇다고 이를 뿌리치기도 인정상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볼래넷은 설립 이후 한국통신을 비롯해 쓰리알소프트·넥슨·유니텔·삼성SDS 등 IT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데 산파 역할을 담당했다. 또 볼래넷이라는 메가 포털을 구축하고 볼래메일 서비스를 현지에서 시작해 인터넷 분야에서 인도네시아의 대표 기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는 업적을 이룩했다. 접속률도 가장 높은 사이트로 인정받고 있다. 함께 제공하는 볼레메일은 인도네시아 인터넷 사용자 2명 가운데 1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앞선 인터넷 기술을 인도네시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호열씨가 자금 조달 문제로 겪는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현지 정부는 볼래넷이 외국기업이라며 각종 지원책에서 배제하고 한국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도 제대로 지원을 못하는 판국에 외국현지에 자리잡은 기업까지 도움을 주기는 무리라는 입장이어서 회사의 위치가 어정쩡하다”는 것이다. 그는 “볼래넷과 같은 한국계 IT 기업이 인도네시아 지역에만 20여개에 이른다”며 “정부에서도 이들 업체를 적극 활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수출 지원정책이 실질적인 효과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 있는 지적이다.
<자카르타=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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