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10대 반도체장비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70.5%에 달한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극소수의 장비업체가 세계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어중간해서는 살아남기조차 힘들다는 얘기다.
일본의 장비업체들이 오늘날 전세계 장비시장의 30% 가량을 점유할 만큼 역량을 키운 것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일본 정부의 거시적인 지원정책과 이에 부합되는 장비업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중 일본 최대의 장비업체로 전세계 장비시장의 11%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도쿄엘렉트론(TEL)은 90년대 중반부터 장비개발 부문에서 소자업체들에 의존적이었던 과거의 관행을 깨고 독자적인 발전방향을 도입한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이 회사는 차세대 장비로 일컬어지는 300㎜ 웨이퍼용 장비에 대한 R&D투자를 전세계 장비업체 중 가장 먼저 시작했다. 또 90년대 중반부터 개발중인 300㎜ 장비를 시험할 만한 FAB 시설이 소자업체들에는 없다는 점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300㎜ 전용 FAB을 구축, 여기서 나온 확실한 데이터를 토대로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소자업체가 300㎜ 장비 적용사례를 보기 위해 도쿄엘렉트론을 찾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첨단장비 시장은 장비업체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선례로 작용하고 있다.
도쿄엘렉트론은 시작부터 특별한 회사가 아니었다. 63년 창업할 당시부터 약 10년간 이 회사는 장비개발이 아닌 선진업체가 개발한 장비를 수입해 판매하는 무역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수입판매하던 장비를 하나 둘씩 자체 개발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혀갔다.
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외국 유수 장비업체의 사업부문을 인수, 개선된 장비개발에 성공해 기술원조업체를 능가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80년대 베리안, 램리서치 등과의 제휴로 각 회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장비를 자체개발한 것이 그 예다.
이 회사는 해마다 매출액의 15% 가량을 R&D에 투자해 확산로, 트랙장치, 웨트 스테이션, 식각장치, 화학증착장치, 프로브시스템 등의 생산에 주력, 연평균 15∼20%의 꾸준한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사진공정의 감광제 도포, 현상장비 및 확산로 분야에서는 세계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는 등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쿄엘렉트론이 80년대 초반부터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반도체 산업을 준비하기 위해 국내 소자업체 관계자들이 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이미지는 장비를 만드는 평범한 중소기업 이상의 것을 아니었다.
하지만 500억엔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등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신장비 개발에 투자했던 미래 대비책이 일본 정부와 소자업체들의 범국가적인 프로젝트와 연계돼 튼실한 열매를 맺고 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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