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위기가 기회다>(2)일본은 지금

 일본 기업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기시장을 선점해 이익을 내고 후발 주자들이 치고 올라올 때쯤이면 차세대 제품구조로 빠른 전환을 실행한다. 브라운관 시장에서 그랬고 반도체, FPD 시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물론 기술력을 갖추게 된 한국, 대만의 기세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제품구조를 전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 업체들은 여전히 발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이 많이 나는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범용메모리 제품의 감산에 들어간 도시바, NEC,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내년 초 64M 제품의 비중을 10% 이하로 줄이는 대신 256M 제품 및 고성능 서버용 D램 생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도시바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차세대 시스템 LSI의 설계·개발 사업을 위한 회사를 설립했으며 NEC도 미국에서의 D램 생산 중단과 함께 시스템LSI로 생산을 특화시킬 계획이다. 소니와 마쓰시타 등 반도체 업계 순위가 낮은 기업들도 자사의 막강한 가전산업을 기반으로 시스템LSI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올 초 일본 업체들은 중대형 TFT LCD 시장의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시장성이 있는 중소형 LCD로의 사업구조전환을 노렸으며 샤프는 상당한 수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잇따른 참여로 중소형 시장도 낙관할 수 없자 또 다시 유기EL, 저온폴리 TFT LCD, PDP 등 차세대 제품으로의 발빠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도시바와 히타치 등이 브라운관의 국내생산 철수를 발표했으며 NEC가 내년 말까지 LCD 사업에서 손을 떼고 도시바와 IBM의 액정 합작사(DTI)가 정리절차를 밟는 등 기존 브라운관, LCD 사업에서의 이탈이 줄을 잇는 가운데 FHP가 PDP의 본격 양산에 들어가고 파이어니어, NEC, 소니, 도시바가 유기EL 시장에 진출했으며 히타치 등이 저온폴리 TFT LCD사업을 진행중이다.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순간에 이루어지면 성공하지 못한다. 일본 기업들처럼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을 발판으로 미래지향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