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북 사장 김영인
지난해 출판계의 최대 화두가 전자책(e북)이었다면 올해의 화두는 도서정가제가 아닐까 싶다. IT산업 발전에 따라 e북 등장이 필연이었다면 인터넷서점의 할인 경쟁에 따른 ‘도서정가제 붕괴 현상’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그로 인해 중소 서점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출판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출판유통의 특성상 위탁판매가 보편적인데 폐업하는 서점에서 돌아오는 반품은 출판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출판업계의 어려움은 이뿐만 아니다. 한국출판연구소에서 펴낸 국민독서실태 조사자료(1999년)를 보면 초등학생이 1년 평균 40∼50권, 중고생이 10∼20권의 책을 읽는데 반해 성인들은 1년에 채 10권도 읽지 않는다. 결국 구매력이 높은 성인들이 출판 시장에서 더 멀리 있는 셈이다.
독자들이 책을 읽지 않고 서점이 문을 닫는 요즘, 출판산업의 위기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결국 축소된 시장에서 어떻게 살 길을 마련하느냐가 고민인데 그 대안 중 하나가 종이책의 e북 출간이다. 출판계가 종이책 발행만을 고집하는 현재의 관행에 얽매여 있는 한 고질적인 문제인 과다 재고와 높은 반품률 해결은 요원한 일이다. 같은 콘텐츠를 종이책과 e북으로 출간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로 시장를 키워가야 한다.
최근 e북 업체들은 교육기관이나 도서관 등에 e북을 다량으로 납품하는 B2B시장 개척에 전력하고 있다.
도서관의 경우 전문 사서들이 책을 구입·관리하는 일을 맡아한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본연의 업무인 도서의 대출·반납 관리 외에 홈페이지, 서버 관리 등의 업무까지 추가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기관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일선 교사들이 도서관 관리를 맡아야 한다. 많지도 않은 예산으로 책을 구입하더라도 대출·반납·관리 업무가 만만치 않은 문제인 셈이다.
이런 도서관과 교육기관의 고민이 바로 e북 B2B 시장의 틈새를 마련해 주고 있다.
도서관이 e북을 채택해 ‘전자도서관’을 구축할 경우 도서의 대출·반납 절차 자체가 무의미하다. 독자는 전자도서관 서버가 연결된 컴퓨터에서 e북을 다운로드해 읽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일부 도서관에서는 이미 디지털 자료실을 개설해 DVD나 각종 CD롬 타이틀, 온라인 학술 자료, e북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일부에 그치고 있다. 전자도서관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해 서비스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아직 전자도서관은 초기개념에 머물러 있다.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네트워크 시설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배정된 예산에 따라 몇 십대의 컴퓨터가 설치되고 인터넷이 연결돼 있다. 하지만 막상 교실에서 쓸 만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e북으로 전자도서관을 구축하기보다 수업 보조자료로의 활용을 선호한다. 이런 추세에 맞춰 더욱 많은 교육 콘텐츠의 e북 출간이 절실하다.
정부에서 전자 교과서를 개발한다거나 e북 단말기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보게 된다. 또 초·중·고 학생에서부터 일반 성인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정부의 지원이 효과를 얻어 책을 읽는 풍토가 된다면 출판계도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양질의 책을 내기 위해 출판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책을 볼 수 있는 도구(e북 단말기)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깝게 여겨선 안될 일이다. 또한 e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책의 형태가 종이든 디지털이든 모두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다. 그런데 종이책은 최종 소비자(독자)에 대한 부가세가 면제인데 반해 e북은 10%의 부가세가 가산된다. 이는 소비자에게 그만큼의 e북 가격 부담 요인을 발생시켜 독서 붐 마련를 저해한다. e북에 대한 부가세 면제나 축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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