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정재승 지음

 동아시아 펴냄

 

 ‘과학과 세상은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

 철학자 칼 마르크스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머지않아 하나의 과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의 예언아닌 예언이 딱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최근의 학문경향은 학제간 교류 혹은 교차 연구가 큰 흐름이다. 복잡한 세상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연구보다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안목이 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진정한 과학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비슷한 ‘탤런트’를 지닌 사람들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들은 인문학자인 동시에 수학자였고 과학자였으며 의사였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말 그대로 과학과 여러 학문이 총체적으로 빚어내는 교향곡과 같은 책이다.

 신세대 물리학자 정재승은 어머니 강보에 싸여서부터 영화를 보러 다녔고 과학을 전공하면서도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세계의 독서에 심취했던 사람이다. 그는 이 자양분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과 사회현상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헤집고 돌아다닌다.

 가볍게는 ‘머피의 법칙’을 들먹이며 일상속에 감춰진 과학의 법칙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차가 밀릴 때는 왜 내가 선 차선만 밀릴까 라는 교통의 물리학을 설명하기도 한다.

 또 달에서도 만리장성이 보인다는 과학상식의 오류, O J 심슨 사건을 무죄로 결말나게 했던 어리석은 통계학의 허구 등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가 추구하는 과학과 세상의 만남은 때론 진지해지기도 한다.

 ‘잭슨폴록’을 거론하면서 현대 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 위에 카오스 이론을 접목시키고, 바하에서 비틀스까지 성공한 음악을 들으며 그 패턴을 추출해 음악과 음악을 향수하는 사람사이의 정서적 법칙을 토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을 쉽고 흥미있게 접할 수 있는 교양과학서인 동시에 인문학적 성찰을 다룬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1970년대 이후 물리학자를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된 비선형 물리학인 ‘복잡성의 과학’에 주목한다.

 때문에 저자는 인간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생태계의 생명 현상과 군집운동 등 복잡한 시스템을 비선형 동역학, 카오스 이론, 인공생명 등을 통해 분석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세상은 복잡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다.”

 이 책에는 저자의 원고와 별도로 125개 항목의 논문 및 저서 또는 웹 페이지 주소가 수록돼 있다. 관심분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한 배려다. 각 항목마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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