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9>
“어떻게 해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지만, 나는 부통령에 출마할 것이다. 우리 당의 원로 홍석천 의원의 러닝 메이트로 말이다. 홍 고문님이 대통령에 출마하실 것이다.”
“소문은 아니던데요?”
“소문을 믿지 마라. 그것도 우리 당내의 갈등을 조장해서 분열시키려는 상대방 당의 책략일지 몰라.”
나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들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아내와 딸은 관심이 없는 표정이었다.
소문에 대통령에 출마한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우려한 대로 상대방 당에서 퍼뜨린 흑색선전인지, 아니면 가까이 있는 동지들이 욕심을 내서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떠돌고 있는 소문은 여러 가지 경로로 확인되고 있었다. 나로서는 당혹스런 일이었고, 무엇보다 내가 모시려고 하는 홍석천 고문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홍 고문이 나를 불렀다. 그는 한달 전에 만났을 때보다 더욱 수척해 보였다.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니만큼 노쇠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응접 소파에 앉기를 권해서 자리에 앉아 있자 비서가 미리 준비해놓은 차를 내왔다. 차를 마시면서 홍 고문과 이야기를 하였다.
“어머니 상중에 문상을 못 가서 미안하네. 건강이 날로 좋지 않아서 어느 때는 기동하기도 어려워.”
“원, 별 말씀을 하십니다. 선배님.”
나는 사석에서는 그를 항상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실제 고향 선배이면서 고등학교 선배기도 했던 것이다.
“내가 자네를 부른 것은 중대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야.”
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나를 부를 때 이미 짐작을 하고 있기는 하였지만, 실제 그런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확신을 한 것은 아니었다.
“자네가 대통령에 나가게. 난 너무 늙었어. 내각제가 되면서 대통령의 일이 축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외국 사절들을 매일 만나고 여행사 가이드처럼 외국에 자주 나가서 국위 선양을 해야 될 대통령이 나처럼 이렇게 늙어서 기동을 제대로 못한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나?”
“고문님은 아직 건강하십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니야. 나와 자네를 위해서라기보다 나라를 위해서 나는 안되네. 자네는 아직 육십이 안된 청춘이 아닌가. 내가 보기엔 청춘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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