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의 애니월드>(10)자연스러움 배어있는 안시페스티벌

매년 6월 초 프랑스 안시(Annecy)에서는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축제 중 하나인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열린다. 국제애니메이션필름협회(ASIFA)가 공인하는 이 4대 페스티벌에는 안시 외에도 동아시아 애니메이터들이 집결하는 일본 히로시마(Hiroshima) 페스티벌과 동부유럽 작가들의 등용문인 크로아티아 공화국의 자그레브(Zagreb) 페스티벌, 그리고 북미작품들을 맛볼 수 있는 오타와(Ottawa) 페스티벌 등이 있다.

 이러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는 공식적인 작품경연(competition)을 통해 매년 새 스타가 등장한다. 일본에서 1300만명의 관객동원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원령공주’의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미 90년대 초 안시 페스티벌에서 ‘붉은돼지’로 장편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다. 올해 장편그랑프리를 수상한 ‘돌연변이 외계인(Mutant Alien)’의 빌 플림프턴 또한 안시가 낳은 스타다.

 칸 영화제와 같은 영화제에서는 영화 이외에도 영화배우라는 스타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스타를 만나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키리쿠와 마녀’, ‘프린스 앤 프린세스’와 같이 신선한 유럽 애니메이션을 국내에 개봉한 미셀 오셀로 감독 등과 같은 유명인도 그냥 쉽게 스치는 평범한 애니메이터처럼 애니메이션 마니아 그룹에 섞여 함께 관람하고 토론한다.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열정만으로 서로의 작품에 기립박수를 보낼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매너리즘에 빠진 작가를 향해 자연스러운 야유를 보낼 수 있는 안시 페스티벌의 자유로움은 결국 세계 애니메이션을 움직이는 뜨거운 심장역할임을 자임한다.

 프랑스 휴양도시 안시, 빙하시기에 형성된 산정호수의 여유로움과 베니스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움은 축제를 한층 빛나게 한다. 이미 1908년 최초의 애니메이션 작품인 에밀콜(Emile Cohl)의 ‘팡타스마고리’로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이 된 프랑스는 안시 페스티벌이라는 국제적인 예술 행사로 자신들의 역사를 지켜나간다.

 폐막식장에서의 자유로움은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시키는 청량제 역할까지 해낸다.

 안시 2001 폐막식 막이 열리는 순간, 무대에는 작은 카페가 옮겨졌다. 행사담당자의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면 사회자와 수상자를 발표하는 심사위원들은 차려진 카페에 한 명씩 등장하며 생맥주를 마시고, 커피를 주문한다. 객석과 무대의 구별은 없다. 사회자, 수상자, 그리고 박수를 치는 관객이 모두 카페의 손님들이다. 프랑스 특유의 카페문화는 서로의 진솔한 대화를 유도한다. 그러한 문화가 폐막식의 격식을 승화시킨다.

 올해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했던 마이클 두덕 드 비트 감독의 ‘아버지와 딸’이 관객인기상에 이어 단편그랑프리까지 다시 수상하자, 객석에서는 진정한 작가에게 보내는 존경의 박수가 계속되었다. 감독은 트로피를 가슴에 안은 채 객석을 말없이 한동안 응시했다. 박수는 그칠 줄 몰랐으며, 이미 감독은 자신의 작품과 함께 관객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안시는 그러한 드라마를 관객들에게 서비스하는 페스티벌이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