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매각설 솔솔

　세계최대 개인휴대단말기(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업체를 자랑하는 미국 팜이 비틀거리고 있다. 6개월 전만해도 세계 PDA 시장을 한 손안에 쥐고 있던 팜은 현재 대대적 구조조정과 함께 매각설에까지 휩싸여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이 회사는 오는 여름에 두번째 해고에 들어가는 등 대대적 군살빼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 4월에는 16%의 직원에 해당하는 30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팜의 ‘경영 적신호’는 2차 해고로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맞물려 재고가 계속 누적되고 있고 현금 고갈, 그리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가도 추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팜은 지난달 초 아이다호 보이스에 있는 익스탠디드시스템과의 합병 취소와 함께 본사 확장 이전 계획을 ‘없었던 일’로 돌렸다.

　팜의 상황이 ‘어둠’속을 헤매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팜의 매각설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US반코프 파이퍼재플레이의 애널리스트 윌리엄 크로포드는 “팜이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현금 부족을 해결하는 데는 인수합병(M&A)만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만일 팜이 매각된다면 그 인수 대상자로 IBM, 애플, 소니 등 3사를 지명하고 있다. 사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팜을 탐내왔다. 그는 3년전 애플에 컴팩하면서 당시 스리콤이 대주주로 있던 팜을 매입하려 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팜과 다른 PDA업체를 칭찬하면서 포천 기자의 “아직도 팜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화제를 바꾸자”며 미소 지으며 다른 대화를 유도하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93년 최초의 PDA라고 알려진 ‘뉴턴(Newton)’을 시장에 내놓은 업체이기도 하다.

　IBM도 이론적으로는 인수 가능 업체로 지명되고 있다. 이는 팜의 기업고객과 IBM의 고객이 겹치기 때문이다. 팜의 최신 판매 캠페인들은 IBM의 주 고객층이기도한 기업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크로폴드 애널리스트는 “팜이 가는 곳에는 이미 IBM이 있다”며 양사의 경쟁을 언급했다.

　또 자사의 PDA인 ‘클리에’에 이미 팜의 운용체계(OS)를 라이선스해 사용하고 있는 소니는 PDA시장 입지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어 팜의 인수 가능 업체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팜의 대변인 말린 섬색은 “우리의 관심은 독립회사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당치도 않다는 반응이다.

　섬색 대변인은 “당초 팜이 스리콤에서 분사할 때 세금을 면제받았지만 만일 어떤 업체가 2002년 6월전에 팜의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면 면제된 세금까지 내야 되는 등 인수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하고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 주주의 권리가 강화된 것도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팜 관계자의 매각 가능성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어려움은 계속 되고 있다. 팜은 지난달 말 끝난 4·4분기 수익이 당초 전망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고 월가에 통보했다. 또 주가도 곤두박질해 6달러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1년(52주)간 중 최고가인 67달러 38센트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월가 투자자들은 ‘팜의 추락’에 대해 경영진들, 특히 CEO인 칼 얀코스키를 비난하고 있는데 “재고 사태를 불러온 공급망관리 결함을 해결할 수 있는 경영진을 영입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팜은 지난해 2월 스리콤에서 분사하면서 기업공개를 실시해 첫날 주가가 16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