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존심 루슨트가 마침내 유럽 기업에 팔렸다.’ 지난 28일 프랑스 알카텔의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뉴욕타임스 신문의 평가다.
루슨트는 13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AT&T에서 지난 96년 독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회사라는 점에서 이 회사의 해외매각은 미국에서 ‘하나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루슨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극심한 불황을 겪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격감하고,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대규모 감원 등 구조조정 계획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진두지휘해야 할 핵심 경영진간에 불화를 빚는 등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와 최근 루슨트의 회사경영은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지난 4월부터 ‘루슨트가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루슨트 경영진은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는 구조조정보다 다른 회사와 합병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알카텔은 지난 95년 세르주 취르크가 CEO로 취임한 후 적자 회사에서 유럽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로 올라섰다.
세르주 취르크 CEO는 전세계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통신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공룡기업 알카텔의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그 동안 인수한 6개 기업 중에는 재미교포 스티브 김이 설립한 광통신 회사 자일랜을 비롯해 뉴브리지네트워크, DSC커뮤니케이션스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에 미국의 루슨트까지 인수함으로써 세르주 취르크 CEO는 단숨에 연간 매출액이 7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연합군단을 손안에 넣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또 평소 매출비중이 20%에 불과한 북미시장 진출기회를 오랫동안 노려왔는데 이번에 루슨트를 인수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 됐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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