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제표준화 활동 현주소

 한 분야의 세계표준 획득은 그 분야의 기술과 산업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곧바로 막대한 부가가치의 선점으로 이어진다. 세계 주요 국가와 업체들이 해당 분야에서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한 국가와 업체가 산업 전체의 표준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세계 표준화 활동에 다소 늦게 눈을 뜬 우리나라도 이제는 대표성 있는 국가 표준화 기관을 중심으로 적극 움직일 경우 표준화 사회로 일컬어지는 21세기에는 우리의 이익을 충분히 확보해 나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활동 연혁=우리나라는 지난 63년부터 ISO·IEC의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태평양지역표준회의(PASC)에는 73년 1회 총회(호놀룰루)부터 정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특히 이사회·상임위원회 등 특별위원회 활동도 매우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데 ISO에서는 92년부터 94년까지(3년간), 96년부터 97년까지(2년간) 2회에 걸쳐 이사국을 역임했으며 IEC에서는 97년 뉴델리 총회에서 2년 임기(98∼99년) 이사국으로 최초 진출한 뒤 99년 교토 총회에서 3년 임기(2000∼2002년) 이사국으로 재연임됐다. 더욱이 99년의 IEC 교토 총회에서는 3년 임기(2000∼2002년) 총회 상임위원국으로 처음 진출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크게 높였다.

 ◇실무분야 참여 실적=우리나라는 특히 각 실무분야의 전문위원회 참여가 두드러진다. 세계 총 919개의 기술위원회(TC)/분과위원회(SC) 중에서 2001년 현재 402개 TC/SC에 투표권이 있는 정회원으로 참여(가입률 43.7%)하고 있으며 투표권이 없는 준회원을 포함하면 580개 분야에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ISO 전문위원회 정회원 가입 실적은 316건으로 가입률 42.8%, IEC 전문위원회 정회원 가입 실적은 86건으로 47.5%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 간사국 및 의장국으로서의 활동도 활발해 IEC/SC47E(개별반도체소자) 간사, JTC1/SC6(시스템간 통신) 간사 등 총 4명과 JTC1/SC6(시스템간 통신) 의장, ISO/TC8/SC8(선박 및 해양기술-구조) 의장 등 TC/SC 의장 2명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세계 표준규격의 제·개정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ISO/IEC13252(ECTS), IEC 60747-14-1(반도체유량센서), ISO/TR 11941 등 3건의 국제규격을 제안했고, MPEG(동영상압축기술) 53종 등 총 55건의 우리 기술을 국제규격에 반영시킨 상태다. 우리나라가 세계 표준화 단체에 납부하는 분담금은 세계 10위권 규모다. 분담금은 국가의 산업규모와 국제교역의 국가경제 내 비중에 따라 납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90년대 후반의 GDP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ISO에는 세계에서 10번째, IEC에는 14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납부했다.

 ◇국제회의 참가 및 국내 개최=지난해 개최된 TC/SC 국제회의 총 2000여회 중 우리나라는 96개 회의에 401명이 참가했다. 또 우리나라의 2000년중 국제회의 국내 개최실적은 ISO/TC156(금속 및 합금부식), IEC/SC47C(평판표시장치) 등 4건으로 올해는 5월말 현재까지만도 이미 태평양지역표준회의 총회 등 5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세계 표준화 활동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기대효과=우리나라는 첨단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적절히 국제사회에 어필하지 못해 사장시킨 예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가 지난 86년 세계 최초이자 최소형으로 개발한 4밀리 캠코더로, 세계 주도권을 잡은 일본업체들에 밀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의 경제난국을 타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이다. 그러나 21세기 글로벌시대의 기술은 개발과 동시에 국제표준과 연계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표준화기관을 중심으로 한 최근 수년간의 국제회의 참가와 국제회의 국내유치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활동으로 평가된다. 특히 세계 표준화 총회의 국내 유치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표준화 분야에서 아시아지역 대표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을 견제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