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skwak@plaza.snu.ac.kr
약 1년 전 컴팩컴퓨터의 카펠라 회장이 서울을 방문해 우리의 젊은 벤처기업가들과 조찬회를 가지며 나온 이야기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의 인터넷기업들은 사업 초기에 회원수 확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때였다. 이때 나온 질문 가운데 하나가 과연 인터넷기업들이 회원수 확대에 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수익성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였다. 이에 대한 답으로 카펠라 회장은 물론 수익모델을 먼저 개발해야지 단지 회원수 확보를 위해 수익을 희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단호히 이야기했다.
이와 같은 카펠라 회장의 의견은 당시 손해를 보더라도 회원수 확보에 급급하던 우리 기업들에 그리 피부에 와닿는 답이 아니었다. 우리의 인터넷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기업과 똑같이 초기단계에서 네트워크를 구축, 회원수를 확보하기 위해 저마다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다이얼패드 같은 회사는 짧은 기간 안에 몇 백만명의 회원을 유치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인터넷기업의 서비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확립되었다. 더욱이 다이얼패드와 같이 국내외 전화를 무료로 쓰게 하는 기업이 나온 후에도 후발업체들이 계속해서 출현하면서 우리 서비스도 무료이니 회원으로 가입해 써달라고 소비자들에게 요청을 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회사의 무료 서비스를 써줄까 하는 고민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료 서비스 속에서 기업들이 광고 등을 통해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무료 서비스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기본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은 경영의 기본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이고, 수익을 올리기도 극히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인터넷기업들의 주가가 거품이 빠지면서 추가자금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무료의 시대는 끝이 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에는 다이얼패드에서 드디어 무료전화서비스를 유료전화로 전환시켰다. 구체적으로 미국으로 통화하는 데 1분에 2.9센트(약 30원)로 유료화한 것이다. 이와 같이 서비스를 유료화하면서 과거에 미국으로 한정돼 있던 통화서비스를 200여개국으로 확대해 다이얼패드 서비스가 아니라 다이얼패드 월드 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유료화를 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인터넷기업들 사이에서 요즈음 관심사가 되는 것은 어떻게 무료서비스를 유료화하느냐다. 이는 이제까지 무료였던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경우 대부분의 고객이 다른 무료 사이트를 찾아 떠나거나 기본적으로 유료화한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무료로 사용하고 있던 서비스에 돈을 지불해야 할 때 소비자들은 과연 가치가 있는지 일단 의구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머그(MUG)게임 사이트에서 볼 수 있듯이 독보적이고 재미있는 게임들을 유료화하는 경우 많은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하면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사이트에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도 많이 있으나 유독 이 사이트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그만큼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인터넷기업들이 무료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경우 성공의 기준은 바로 ‘가치’에 있게 된다. 즉 새롭게 유료화되는 서비스가 돈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무료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경우 과거의 서비스와는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내놓으며 유료화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다른 경쟁자가 무료를 계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료화를 하려면 그 유료화된 서비스에서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텔레비전 방송의 예를 들면, 공중파 방송이 무료를 유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케이블TV에 수신료를 내는 것은 공중파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전문화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케이블TV가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까지 무료였던 인터넷 서비스 또한 케이블TV 같이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서 새로운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가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이는 현재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대형 포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일반 콘텐츠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제부터 인터넷기업들이 무료서비스를 유료화할 때 반드시 유념할 것은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무슨 가치를 제공하고 있느냐를 반드시 분석해 보아야겠다. 유료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들만이 인터넷사업에서 신천지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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