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전자신문 공동>게임강국으로 가는길(10)흔들리는 아케이드 게임 산업

컴퓨터게임은 일명 오락실용 게임이라고 불리는 아케이드게임에서 시작됐다. 게임산업의 효시로 추앙받는 놀란 부시넬(Nolan Bushnell)이 ‘너칭 어소시에트’라는 회사를 통해 ‘컴퓨터스페이스’라는 게임기를 선보인 것이 1971년이다. 컴퓨터와 TV 모니터를 일체화해 25센트짜리 동전을 넣어 작동하도록 설계된 이 게임기가 세계 최초의 아케이드게임기였으며 이로부터 게임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이후 80년대 가정용 비디오게임, 90년대 PC게임, 2000년대 온라인게임으로 게임산업은 진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70년대초 전자오락실에 ‘스페이스 인베이더’라는 아케이드게임이 등장하면서 게임산업은 태동했다. 이후 30여년간 아케이드게임은 국내 게임산업의 뿌리로 내수와 수출 양쪽에서 산업을 주도해 왔다. 시장규모면에서 아케이드게임은 전체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한다. 99년의 경우 7900억원 규모의 아케이드게임시장은 1조239억원 정도인 전체 게임시장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은 9359만달러로 전체의 86%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게임산업의 발전과정이나 규모 면에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온 아케이드게임이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를 고비로 내수시장이 탄력성을 잃어버렸으며 성장폭도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 아케이드게임시장(오락실 매출 제외) 규모는 8500억원으로 전년의 7900억원에 비해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나쁘다. 당초 올초까지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은 한자릿수 정도의 성장률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겨울 이후 5월 중순 현재까지 체감경기가 전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상당수 아케이드게임업체들이 올 1·4분기 동안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했거나 그나마 선보인 업체들도 매출을 거의 올리지 못했다.

 올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지난 겨울에 2종의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올 1·4분기 동안 이들 신제품의 판매에 따른 매출이 거의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4분기가 지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대비 5% 정도 줄어든 8000억원 수준이면 그나마 괜찮은 편일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최근의 불황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있기는 하지만 결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고 보면 아케이드업계의 한숨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내수와 함께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수출 역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 현재의 불황이 구조적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99년 아케이드업계의 수출액은 9350만달러였지만 2000년에는 7498만달러로 20% 정도 줄었다. 국산 아케이드의 해외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아케이드시장의 침체에 대해 △시장상황 △개별업체의 마인드 부족 △제도적 여건 미비 등이 복합된 구조적 불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컴퓨터게임장의 포화로 내수기반이 악화된데다 아케이드게임 개발업체들이 DDR로 대표되는 댄스게임기 이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아케이드게임시장를 주도해온 일본시장의 침체가 뇌관역할을 했다. 그동안 국내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일본에서 히트한 아케이드게임기를 카피해 저가로 만드는 안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벌여왔다. 어찌보면 우리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었던 일본시장의 침체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해 동반추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케이드게임업체들이 전세계적인 게임산업의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전세계적으로 온라인게임과 가정용 콘솔게임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아케이드업계는 그저 컴퓨터게임장만을 바라보고 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등한시했다.

 물론 정부의 규제 일변도의 정책도 국내 게임산업의 터줏대감인 아케이드게임산업의 사양화를 재촉했다. 정부는 그동안 사행성 게임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강도높은 심의를 견지해 국산 아케이드게임업계의 창의성을 꺽어왔다. 더욱이 정부는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는 경쟁적으로 육성책을 발표하면서 아케이드게임에 대해서는 지원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들어 아케이드게임산업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그것도 부처간 주도권 다툼 때문에 지지부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아케이드게임시장이 하강국면에 접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각종 연구기관의 보고서들이 전세계 아케이드게임산업이 적어도 향후 몇년간 고도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임종합지원센터의 ‘게임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 연구’(2000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아케이드게임 시장규모는 2000년 982억달러에서 2001년 1290억달러로 30% 성장할 전망이다. 이후 2002년 31%, 20003년 24% 등 고도성장을 거듭해 2003년에는 2108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 보고서는 향후에도 일본시장의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미국·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한국 아케이드업체들이 가까운 일본업계를 모방해 손쉽게 돈을 벌어들인 것이 현재 불황의 주 원인이었다는 지적이고 보면 탈출구는 일본을 벗어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일본과는 다른 상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일본에서는 시도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업계의 이같은 노력에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의지가 더해진다면 한국이 장기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일본을 대신해 아

케이드게임의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최고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컴퓨터게임장에 초고속인터넷을 연결하는 아케이드게임의 네트워크화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컴퓨터게임장을 사행성 게임이나 즐기는 성인용 오락실이 아니라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가족 테마파크로 바꿀 경우 PC방이 한국을 온라인게임과 e스포츠의 강국으로 만들었듯이 한국이 온라인아케이드게임의 종주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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