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유선의 케이블TV방송국(SO)전환, 프로그램공급업자(PP)등록제, 디지털 지상파TV방송 실시 등 각종 현안으로 방송계가 어수선하다.
지난 3월 PP등록제 실시와 위성방송 사업자 출범, 4월 말 중계유선 SO 전환 등에 이어 올 하반기 지상파 디지털TV 본방송 실시 등 방송계의 주요 현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PP등록제=방송위는 통합방송법에 따라 지난 3월 PP등록제 시행에 들어갔다. 만 2개월에 불과한 5월 초 현재 신규로 등록한 비디오 채널 PP는 68개나 된다. 기존 40여개 채널을 합치면 100개가 넘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위로부터 등록증을 받은 PP 중 상당수가 드라마, 영화, 게임, 종교 등 몇 가지 장르에 집중, PP간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신규등록 PP들은 등록증만 신청해 놓고 구체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경쟁이 치열한 장르를 피하기 위해 장르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신규 PP가 급증한 것은 방송위가 PP 등록 조건을 대폭 완화해 주었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중계유선 SO전환=중계유선의 SO전환과 관련, SO와 중계유선 양측 모두가 방송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는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서초방송 등 28개 SO는 최근 방송위가 37개 중계유선방송사업자를 SO로 전환해 준 것과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에 ‘승인처분취소청구소송’ 및 ‘행정처분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반면 중앙유선 등 방송위의 승인에서 탈락한 중계유선방송사들도 심사 결과와 관련, 이의신청을 준비 중이며 수원네트워크 등 4∼5개 탈락업체들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방송=한국디지털위성방송은 올해 말까지 본방송을 실시하기 위해 최근 채널구성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6월 15일까지 PP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PP들이 인기 장르에 몰려 있는가 하면 공공채널의 경우 방송위로부터 공공채널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위성방송 채널사업을 희망하고 있는 신규 PP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분야로 장르를 변경키로 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정부의 일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디지털 방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MBC는 최근 우리나라가 채택한 미국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전송방식 비교를 위한 필드테스트를 실시키로 했다. 방송위는 이 필드테스트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인데 필드테스트 결과가 미국방식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이처럼 방송계가 혼란에 휩싸인 것은 통합방송법과 정부의 디지털방송 추진계획 등이 올해 안에 PP, SO 등 케이블TV를 자유경쟁체제로 바꾸고 디지털 지상파TV방송과 디지털위성방송 본방송을 실시토록 하는 등 공교롭게도 주요 현안들이 모두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방송계에서는 “정부가 방송산업 전체 시장을 놓고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발전방안을 수립하지 못하고 너무 성급한 욕심을 낸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인해 방송계는 심각한 균열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계유선과 SO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SO로 전환된 중계유선방송사들이 독자적인 협의체를 구성키로 해 SO업계가 양분될 위기에 처했는가 하면 SO와 중계유선방송들의 잇따른 소송으로 방송위의 위상도 크게 실추됐다.
또 디지털 지상파TV의 필드테스트 결과가 미국방식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유럽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라져 방송계가 대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각종 현안들이 21세기 방송산업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중요한 사항들이므로 짜놓은 일정에 억지로 맞추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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