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사업을 매개로 한 종합상사들의 사업 다각화가 활발히 전개돼온 가운데 SK글로벌(대표 김승정 부회장)의 변신이 주목받고 있다.
SK글로벌은 그룹의 ‘효시’인 선경직물이 모체다. 고 최종건 명예회장이 지난 53년 선경직물을 설립한 후 ㈜선경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오랫동안 국내 종합상사의 한 축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SK글로벌은 창업주의 작품, 그룹의 효시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핵심기업으로 부각되지는 못했다.
매출 기준으로 국내 종합상사 중 4, 5위에 머물고 있고, 그룹 일각에서는 선경이란 간판을 SK로 바꾼 후 그룹체제가 형성됐다는 점을 들어 최종건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동생 고 최종현 회장의 공을 더 치면서 부각되지 못했다. 실제 SK㈜·SK텔레콤·SKC&C 등 최태원 회장이 중심에 있는 기업들이 그룹 핵심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유통·에너지 판매를 합병한 SK글로벌의 변신을 지금부터 주목해야 한다. 우선 사업의 중심축에 대한 이동 여부다. 올 18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매출 중 기존 상사가 차지하는 규모는 약 9조∼10조여원. 나머지 유통과 에너지 판매가 각각 2조여원, 7조여원으로 상사부문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비중뿐 아니라 합병한 두 기업 모두 ‘현금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SK글로벌의 운신폭이 넓어진 장점도 있다. 이미 전략기획실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사업을 비롯해 온오프라인에 걸친 다양한 신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주유소라는 거점을 활용한 신종 편의점사업이나 자동차 애프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e비즈니스가 대표적인 예다. 본지 4월 24일, 5월 2일자 12면 참조
특히 올해 들어 SK글로벌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최창원 부사장의 등장이다. 최창원 부사장은 고 최종건 명예회장의 3남으로 SK그룹 내 젊은 인재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94년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경영에 발을 내디딘 후 98년 SK글로벌의 상무를 맡아오다 지난해 연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SK글로벌 상무직을 맡을 당시 SK건설의 경영기획실 상무를 겸임, 건설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항간에는 최창원 부사장이 SK건설 상무 겸임에 대해 SK글로벌이 건설을 추가합병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그룹 내 SK글로벌의 위상 변동에 주목한다. 창업의 모체인 데다 최근 몇 년 사이 신규사업을 벌일 수 있는 변신의 인프라를 나름대로 갖췄고 여기에 창업주의 직계인 최창원 부사장의 부각은 향후 SK글로벌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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