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갈정웅 대림정보통신 대표이사

 얼마 전 알고 지내던 대학교수 한 분이 벤처회사를 하나 차렸다며 평소 가지고 다니던 교수명함이 아닌 사장명함을 내밀길래 놀란 기색을 했더니 뭘 그렇게 놀라냐는 말과 함께 기업체 사장들이 겸임교수를 하는 것이나 자기가 사장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세상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Change is only constant)는 사실뿐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그 엄격하던 국경이 경제나 문화면에서는 없어진 지 이미 오래고 산업간의 경계도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보험, 증권, 투신 등의 영역이 거의 모호하게 되어 새로운 산업인 ‘부의 관리’(wealth care) 산업으로 통합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음식에서도 퓨전이라 하여 국적이 불분명한 음식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정보통신, 방송, 영화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으며 PDA와 이동전화, 냉장고와 PC 등 전자제품간 구분도 더 이상 명확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회사, 하드웨어 회사, 컨설팅 회사, SI 회사로 영역이 구분돼 있던 것이 이제는 소프트웨어 회사, 하드웨어 회사, 컨설팅 회사가 모두 SI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체 사장 하던 사람이 장관으로, 장관 하던 사람이 기업체 사장으로, 아니면 대학교수로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사실 직업, 국경, 산업, 상품, 음식 등 각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계선의 붕괴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바야흐로 신과 인간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구약성경 중의 창세기에 의하면 신이 우주공간을 창조하고 생명을 창조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인간이 가상의 공간(cyber space)를 창조하고 자신을 제약해왔던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벗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공학을 이용한 생명 창조의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제 인간과 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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