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야 구야 머리를 내놓아라.’
아동용 게임 ‘새내기 듀오’가 현대판 ‘구지가’를 부르고 있다.
국산 아동용 게임 ‘투톱’ 짱구와 백구에 정상 자리를 내놓으라고 목놓아 외치고 있는 것.
겁없는 도전자는 마일로와 손오공. 인기 애니메이션 ‘마일로의 대모험’과 ‘날아라 슈퍼보드’에서 빛을 본 스타들이다.
게임 타이틀명도 애니메이션에서 따온 ‘마일로의 대모험’ ‘날아라 슈퍼보드 외전2’다. 똑같은 궤적을 밟은 짱구와 백구의 신화를 그대로 재현해 보겠다는 의도다.
새내기 2인방의 ‘데뷔식’은 화려했다.
어린이날 특수를 앞두고 전격 출시돼 타이밍이 좋았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출시 2주만에 각각 초도물량 1만장이 거의 다 팔렸다. 이는 웬만한 국산 대작게임 판매와 맞먹는 수준이다. 잘하면 짱구시리즈나 백구가 세운 정품 5만장 이상 판매기록에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새내기 파워’ 뒤에는 배급사들의 패기도 한몫했다.
‘마일로의 대모험’의 배급을 맡은 이지존(대표 장석원)은 배급에 관한 한 그야말로 ‘새내기’다. 지금까지 총판 위주의 게임유통에만 전념해 오다 ‘마일로’의 판권을 인수하면서 배급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자사의 이름을 걸고 처음 발매하는 타이틀이라 애착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지존은 다른 배급사들보다 2배로 열심히 뛴다는 각오다.
‘날아라 슈퍼보드 외전’을 배급하고 있는 세고엔터테인먼트(대표 최역)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타이틀을 배급해 왔지만 국산 타이틀, 그것도 아동용 게임 배급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일로의 대모험’은 개미 캐릭터 마일로가 암흑왕을 물리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 ‘날아라 슈퍼보드 외전2’도 주인공 손오공이 악마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시나리오만큼 게임이 승승장구한다면 아동용 게임 차세대 주자는 떼논 당상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어린이날이 끼어 있는 5월에는 ‘반짝 특수’를 누릴 수 있어도 짱구나 백구처럼 지속적인 인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그 이유로 첫째, 캐릭터의 인지도가 짱구, 백구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것. 아동용은 뭐니뭐니 해도 캐릭터의 인기가 곧 게임의 인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임의 완성도에서도 짱구와 백구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
‘2인방’은 아동용 게임의 전형처럼 굳어 있는 ‘횡스크롤(가로 진행형)’ 방식의 단순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것도 백구의 경우 30개가 넘는 다양한 스테이지가 펼쳐지는 반면 ‘2인방’은 똑같이 6개 스테이지만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템 수도 적고 그래픽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새내기’ 배급사들은 이에 대해 “짱구와 백구 캐릭터는 이젠 식상해질대로 식상해졌다”고 맞서고 있다. 세대교체가 대세라는 것.
수성이냐 물갈이냐. 새내기들의 도전으로 아동용 게임시장은 신구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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