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공장총량제」폐지하자

◆이만근 태성LCD부품 사장 ts98@unitel.co.kr

 

 올 초 협력사 간담회장에서 신년영업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공장의 옥상에 2층을 증축하고 신제품 생산라인을 설치해 수입에 의존하던 LCD부품의 국산화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던 생각이 5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저 장밋빛 허상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일본, 대만과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LCD시장에 국내 브랜드의 경쟁력 갖추기에 일조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부품을 개발하고도 생산라인을 구축할 공간이 없다니. 이제는 그 꿈을 접고 국가정책과 시대의 조류에 따라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경기도에서 공장 신·증축을 기다리고 있는 1700여개의 기업체 사장님들도 지금 나와 같은 처지에서 시대를 한탄하고 국가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현실이며 공장총량제가 잘된 제도라고 긍정적인 찬성의사를 표시하는 지방의 기업들은 있을지 의문스럽다.

 공장총량제의 시행목적은 무엇이었나. 건설교통부가 매년 수도권 시·도의 공장 신·증축부지를 배정해주면 그 한도 내에서 공장건축을 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도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라던데 과연 그만큼의 효과를 얻고 있을까.

 시행 후 얼마만큼의 결실을 맺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현재 지방경제의 활성화라는 순기능보다는 공장총량제에 묶여 시름이 늘어가는 기업들의 한숨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면 잘못된 제도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기업 내 근로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이나 부대시설까지도 증축허가를 내 주지 않는 현실을 보면 공장총량제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문제점이 무엇인가.

 첫번째는 공장총량제에 묶여 납기일을 놓치고 있는 국내기업들의 대외 신용도 추락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도 묵묵히 일하는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관계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며 어렵게 받은 주문을 앉아서 빼앗겨야 하는 현실은 국가경쟁력에서 치명적임을 알아야 한다.

 두번째는 실업문제 해결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엄청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취업박람회나 인턴사원제 같은 임시방편의 고용창출 방법을 내놓는 상황에서 실제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증설함으로써 실질적인 고용창출 효과를 만드는 기회가 박탈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셋째는 수도권 인구과밀 억제와 공장총량제가 무관하다는 생각이다.

 경기도를 예로 본다면 지난해 말 공장수가 2만4700여곳으로 5년 전보다 30% 이상 증가했으나 인구는 11%가 줄어들었는데 이는 힘들었던 외환위기와 경기한파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경쟁력 갖추기와 자동화 등 품질향상을 위해 거품과 군살 등을 제거하려고 노력한 결과일 뿐 공장총량제가 수도권 인구과밀을 막았다는 대목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업도 살리고 시·도 지방의 균형있는 발전을 이루는 방법은 없을까.

 공장총량제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현재 너무 광범위하게 묶어 놓은 공장총량제를 부분적인 규제완화로 전환함으로써 근본취지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기업의 경제활동의지를 북돋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기존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경우나 기존 공장건물 위에 증축을 할 경우에는 건축허가를 내 주는 식으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관계기관은 공장총량제에 묶여 허가가 안되는 현실에서도 신·증축의 가능성이 있나 하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기업인들의 땀 냄새를 몸으로 느껴야 하며 제품을 쌓아 놓을 곳이 없어 야적함으로써 품질향상이나 생산성 향상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도난 방지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크다는 기업들의 한탄소리는 아랑곳없이 막연히 지방으로 이전하라고만 할 문제인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는 것은 국민된 도리이나 공장총량제를 실시하는 근본취지에 맞게 강경일변도보다는 수도권의 과밀이 예상될 경우에는 허가를 내주되 과밀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 또한 괜찮을 것 같고 지방활성화를 위해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지방의 독특한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자연적인 지방 활성화를 도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증축민원신청에 대해 타당성을 느끼고 지역발전, 나라경제를 위해서 허가를 내주고 싶지만 공장총량제에 묶여 죄송하다는 허가민원과 공무원의 말이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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