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재무미흡

  

 상장사 재무구조개선 여전히 미흡

 

 상장사들의 재무상태가 양적인 면에서의 개선조짐과 달리 질적인 면에선 여전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상장사들의 차입금 현황과 구조분석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들의 총 차입금 규모는 136조원으로 지난 99년말의 158조원에 비해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상장사의 자산, 부채 규모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 10대 그룹의 총 채무 규모는 54조6000억원으로 전체 상장사의 부채감소율에 비해 두 배 가까운 감소세를 나타내 정부의 ‘부채비율 200% 이하’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면에서의 이같은 개선과 달리 상장사들의 재무안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인 단기차입금 비중 감소율은 2%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해 상장사들의 채무만기구조의 위험도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장사들은 모두 22조5000억원의 빚을 상환했으며 이 중 9조3000억원 가량을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채무를 갚는 데 썼다. 이로 인해 단기차입금의 총 규모는 99년말에 비해 19.15%나 줄어 12.06% 감소하는 데 그친 장기차입금보다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현상만 놓고 본다면 상장사들의 외관상 재무안정성은 상당수준 높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전체 차입금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0.46%에서 28.71%로 1.75%포인트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큰 폭으로 줄어든 장기채무 역시 세부내용을 검토해보면 그 성과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

 장기차입금에는 만기 1년 이상의 차입금과 함께 회사채 발행액도 포함돼 지난해 장기차입금 대폭 축소의 실제 원인은 얼어붙은 회사채시장 탓에 신규발행 내지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만기회사채를 상환했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의 경우만 하더라도 99년 말 36조원에 육박하던 회사채 발행잔고가 지난해말 24조6000억원으로 31%나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사들은 총부채가 줄어든 대신 금융기관 의존도는 더욱 심화됐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주식시장에 이어 회사채시장마저 위축되면서 금융기관의 도움없이 기업 자체의 신용으로는 일부 우량 기업을 제외하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이 상장사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우량기업이 지불하는 회사채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여신금리 때문에 지난해 상장사들의 지불이자 감소율도 총 부채감소율(14.2%)에 못미치는 11.8%에 그쳤다.

 10대 그룹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총 채무는 26% 줄었으나 총 지급이자는 10조원으로 8.4%밖에 줄지 않아 재벌계열사들이 중견기업보다도 이자지급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그룹별로는 삼성과 현대가 각각 46.5%와 64.1%나 부채를 줄인 반면 LG, SK, 한화 등은 빚이 큰 폭으로 늘어나 대조적이었다. 이 중 LG그룹의 경우 총 차입금 규모는 30.5% 증가한 반면 지급이자는 16.5% 가량 감소해 차입조건이 상당히 양호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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