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공급업(PP) 등록제 실시는 케이블TV방송국(SO)들의 채널편성전략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각 지역 케이블채널의 편성권한을 쥐고 있는 SO로서는 새롭게 등장한 다수 신규채널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SO들은 최근 방송위가 38개 중계유선방송사들을 대상으로 SO전환 승인을 내줌에 따라 1개 구역에서 복수사업자간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은 물론 올해말 등장하는 위성방송과도 한정된 유료가입자를 놓고 서비스경쟁을 벌여야 한다.
더욱이 최근 등록증을 교부받은 PP들 중 대다수는 기존 PP들이 기득권을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TV시장에 힘겹게 진입하기보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의 채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SO들에는 한정된 채널대역폭내에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신규채널을 효율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SO들은 홈쇼핑채널의 추가승인과 신규채널의 대거 등장으로 하반기에는 채널라인업을 대폭 조정하는 한편 티어링채널의 다양화 작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티어링채널의 경우 기존처럼 ‘볼거리는 없지만 저렴한 보급형’ 패키지의 개념을 탈피해 시청자들의 상이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차별화된 장르의 채널 묶음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SO측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채널은 1개 장르에 대해 다수사업자가 등록을 마친 각종 엔터테인먼트채널과 수익성이 높은 신규 홈쇼핑채널이다. 우선 최근 추가로 3개 사업자가 승인을 받은 홈쇼핑채널의 경우 기존 LG홈쇼핑·CJ39쇼핑을 포함해 총 5개로 채널이 늘어났지만, 대부분 최대 3개 정도의 채널만을 운영할 방침이다. 현 케이블TV 가입자들이 각종 인포머셜 홈쇼핑 광고를 포함해 TV홈쇼핑이 지나치게 자주 노출된다고 인식하고 있는 탓에 3개 이상의 홈쇼핑채널 편성은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전략은 엔터테인먼트부문의 채널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스포츠·연예오락·음악·종교·영화 등의 부문에서는 각각 5∼6개 PP가 쏟아져 나와 SO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SO 관계자들에 의하면 이미 2개 사업자가 터를 잡고 있는 음악채널의 경우 사전 SO마케팅이 가장 치열하며, 일부 SO는 m.net·KMTV 등 기존채널 중 하나를 신규PP로 교체할 의사가 있음을 밝혀 음악채널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종교채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행법상에는 최소 3개 이상의 종교채널을 편성해야 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별도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일부 신규채널들은 수억원대의 선교비를 SO에 제공하면서 채널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재정적인 사정이 여의치 않은 기존 채널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기본채널에 대한 프로그램공급계약 완료를 위해 전국 SO를 순회방문했던 PP협의회측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SO가 하위채널 중 3분의 1 가량을 신규채널로 교체할 계획”이라며 “사업자 논리를 적용할 때 이제는 기존 PP도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적지 않은 SO들이 수익성이 불투명한 틈새장르의 채널 대신 시청률이 확실히 보장되는 엔터테인먼트장르의 채널을 대거 편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장불균형도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막강한 자본력과 노하우로 무장한 MPP들이 협력관계를 체결해 엔터테인먼트패키지로 SO들을 집중 공략하게 되면, 기반이 약한 군소PP들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문을 닫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블TV 본래의 탄생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SO들이 균형있는 장르의 채널을 골고루 배치해 시청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PP 역시 기존 1·2차 PP 및 신규PP를 막론하고 질좋은 프로그램으로 채널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할 경우 SO와 가입자 모두에게 외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해 15개 2차 PP가 승인을 받고 방송을 개시하기 시작한 하반기부터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차별화된 틈새장르로 발빠르게 채널을 개국한 요리·게임·코미디 채널 등은 거의 모든 SO와 계약을 맺는 등 입지를 공고히 한 반면, 부실한 콘텐츠로 시간때우기에 급급했던 후발주자들은 전국 77개 SO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지역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등 고전을 거듭해야 했던 것이다.
올해부터 PP·SO간 프로그램공급계약이 기존의 일괄 단체계약에서 개별계약으로 전환된 것도 시장구도 변화의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양측은 세부적인 이해관계 조율을 위해 향후 2∼3개월간 밀고 당기는 갈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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