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용 제품의 감산에 나선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NEC가 유럽용 생산·출하를 올 가을까지 정지하는 것을 비롯 마쓰시타통신공업이 올 유럽용 생산을 당초 계획의 절반으로 줄이고, 미쓰비시전기도 유럽 현지 생산을 대폭 축소하는 등 주요 3사가 모두 감산에 착수한다.
3세대(3G) 이동통신에서의 주도권을 겨냥, 지금까지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었던 이들 업체가 유럽 시장용 제품 감산에 나서는 것은 보급률이 60%를 넘어선 이 지역의 수요가 올 들어 급감하면서 재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내년부터 본격화 할 것으로 기대되는 3G 서비스에 대한 대기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생산조정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경제신문은 이미 유럽 현지 휴대폰 업체들이 생산 축소에 들어섰다고 지적하면서 일본 업체들의 감산 가세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 등 관련 산업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NEC는 4월 시작한 2001 사업연도의 상반기(4∼9월) 유럽용 생산을 중지하고, 이 후에는 신기종 출하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13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으며 유럽에는 대만 공장에서 생산한 100만대를 투입했다.
일본 최대 휴대폰 업체인 마쓰시타통신공업은 2001년도(2001년 4월∼2002년 3월) 유럽용 출하 계획을 올 1월 시점의 1000만대에서 2000년도와 같은 500만대로 줄였다. 또 영국 공장에 이어 새 유럽 생산거점으로 체코에 건설하고 있는 공장의 본격 생산 개시 시기를 당초 예정인 오는 10월에서 내년 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미쓰비시전기는 유럽용을 전량 생산하고 있는 프랑스 공장의 생산을 월 140만대에서 70만대로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이 회사는 3월 말 현재 300만대 분량의 부품 재고를 안고 있는데, 이번 감산을 통해 재고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최근 수년간 연률 5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 온 유럽 휴대폰 시장은 지난해도 전년비 54% 증가하는 호조를 보이며 1억5300만대로 팽창, 세계 시장의 약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들어 3G 서비스로의 이행 등과 맞물려 수요가 격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2001년 시장 규모는 전년비 8% 증가한 1억6600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재고가 급격히 늘어, 휴대폰 완제품이 1500만대 분, 관련 부품을 포함하면 5000만대 분의 재고가 쌓여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스웨덴의 에릭슨, 프랑스 알카텔, 독일 지멘스 등은 일찌감치 감산에 착수했고, 이번에 일본 업체도 가세했다.
한편 세계 휴대폰 시장은 일본과 미국 등 다른 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올해도 전년대비 20%에 가까운 높은 성장세(약 4억5000만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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