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평판 디스플레이 "경쟁력 있는 게 신통하네"

 “더 많을 필요는 없다. 최소한 대만의 지원책과 비슷한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

 TFT LCD, PDP, 유기EL 등 국내 평판디스플레이(FPD)업계 관계자들이 정책적인 지원미흡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하소연이다.

 국내 FPD업체들은 세제, 금융환경, 연구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대만업체들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 이대로 가면 대만정부가 2000년대 초반으로 잡은 한국 추월의 목표가 곧 가시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세제=대만에 비해 가장 불리한 게 세제다. 국내 TFT LCD업체들은 관련부품, 원자재, 설비 등에 대해 꼬박꼬박 8%의 관세를 물고 있으며 연간 30.8%의 법인세를 내고 있다.

 반면 경쟁국인 대만은 과학공업원구내에 수입되는 원재료, 부품, 설비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준다. 또 화물세나 부가가치세도 면제해주며 심지어 신제품 생산시 법인세까지 5년 동안 면제해준다. 자금조달을 위한 주식발행 초과금에 대해서도 4년 동안 법인세를 추가 감면해준다.

 대만업체들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내 업체보다 원가경쟁력에서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만의 TFT LCD업체들이 원가를 밑도는 가격하락에도 불구, 계속 사업을 전개하는 힘도 바로 이러한 정부지원에서 나왔다.

 그나마 선투자한 국내 TFT LCD업체들은 나은 편이다. PDP, 유기EL업체들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에다 이러한 세금부담 등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금융 및 연구개발 지원=세제뿐만 아니다. 대만의 금융기관들은 FPD와 같은 첨단업종의 설비투자시 구입비의 80%, 총 투자액의 65%까지 2% 이내의 낮은 금리로 대출해준다. 대출조건도 파격적이다. 3년 거치 10년 상환이다. 거의 거저 빌려주는 셈이다.

 반면 국내에선 거의 시중금리 수준으로 자금을 빌려써야 하는 국내 업체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국내업체들은 대만의 연구개발 지원도 부러울 뿐이다.

 대만은 별도의 공동 개발프로젝트를 제쳐 놓더라도 과학기술개발기금, 행정원기금을 운용해 기업에 총 투자금액의 49%를 출자하며 신제품 개발비도 연간 1조원 이상 지원한다.

 이에 비해 국내에선 개별 기업보다는 공동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 이러한 지원도 끊길 판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LCD, PDP 등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였던 G7과제가 9월이면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후속 프로젝트가 아직 없다.

 대학 교수들은 “기업들이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프로젝트마저 없으면 사실상 학교의 연구개발 활동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FPD를 전공하는 대학교수 사이에 창업 붐이 인 것도 이처럼 미흡한 연구개발 지원환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결책은 없나=정부 관계자들도 이러한 업계 및 학계의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세제의 경우 재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으나 세수감소와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로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에 대해선 산자부, 과기부 등 관계부처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렇지만 한정된 예산에 지원해야 할 기술분야는 많아 대만정부와 같은 집중적인 지원이 쉽지 않다는 눈치다.

 그런데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무관세 등의 세제혜택에다 시스템IC2010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로 인해 연구개발 부담이 덜한 편이다. TFT LCD업체는 반도체업체와 똑같은 장비를 사용하면서도 관세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에서 FPD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반도체가 국내 수출산업을 먹여살렸다면 앞으로는 FPD가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현행 제도로 지원하기 힘들다면 한시적인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정부가 FPD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말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할 만큼 지금 국내 FPD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느냐 후발주자에 자리를 물려주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는 절박함이 배어나오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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