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T인력과 국가경쟁력

◆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dhiee@software.or.kr)

 

 지식정보화의 물결이 몰고온 가장 중요한 변화의 하나는 산업의 생산요소로서 인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IT가 주도하는 지식기반경제로 인해 과거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는 기계와 설비가 담당했던 중심적인 역할이 사람의 두뇌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IT산업의 종주국인 미국은 물론 인도·이스라엘·아일랜드 등 세계적인 IT수출국들은 예외없이 풍부한 우수IT인력을 산업발전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일찍부터 정부가 앞장서서 대학과 전문교육기관을 통한 IT교육체계를 강화하고 고급 IT인력의 공급기반을 튼튼히 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는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IT전문교육기관을 대거 증설하면서 후진농업국에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수출국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적인 추세와 함께 국내에서도 IT분야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향후 2005년까지 45만여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체계로는 공급인원이 수요에 크게 못 미쳐 부족인력만 18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육기관을 통해 배출되고 있는 인력의 질적 수준이 경쟁국들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IT기업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한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IT학과를 졸업한 학생조차도 기업실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재훈련을 거쳐야 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더구나 실리콘밸리 등 세계의 IT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는 그야말로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통신부는 지난 97년부터 본격적인 인력양성사업을 시작, 올해는 정규교육은 물론 비정규교육 분야에서도 지원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IT분야의 신규인력 양성과 대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IT전문교육을 지원하는 등 대대적인 인력양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과 함께 IT교육기관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하겠으며, 특히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요구된다.

 첫째, 우리나라의 IT인재들이 세계시장에서 주요 경쟁국의 엔지니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과 함께 배출되는 즉시 산업현장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실무적응력을 길러주는 것이 IT교육의 관건이다.

 국내 산업현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들을 산업계에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수급전략하에 IT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IT분야 정원을 늘려 나가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정규 IT전문교육기관에서 배출된 인력을 활용하는 게 대안이 될 것이다.

 둘째, 대학들 스스로가 자체의 강점분야를 택해 적어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하며, 지자체의 IT산업 특화전략에 보조를 맞춰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학교가 전략적인 분야에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IT교육의 커리큘럼과 교수요원의 특성화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IT는 기술 및 제품 생명주기(life cycle)가 매우 짧다. 따라서 기존의 산업체 인력들은 더욱 심화된 전문능력 배양이 요구되는 바 이를 위한 체계적인 재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관련, 사내교육과 사이버교육 등을 통한 재훈련 기회가 크게 확충돼야 할 것이다.

 넷째, IT의 빠른 발전을 쫓아가야 하는 것은 교수 및 교사들도 예외일 수 없다. 대학·전문대·실업고교의 교수와 교사들이 국내외 전문교육기관과 산업현장 등에서 장단기 연수를 통해 신기술을 흡수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해외 신기술을 교육에 반영하고 학생들에게 국제화된 학습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국내 대학들이 외국인 유명교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두뇌와 높은 교육열로 고급 IT인력 양성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IT교육체계의 혁신을 통해 이러한 강점을 IT현장의 창의성과 실무역량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우리 IT산업이 세계무대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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