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인포믹스 인수에 따른 시장 변화

 IBM이 24일(현지시각) DB 전문업체 인포믹스를 전격 인수, 세계 및 국내 DB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DB분야 맹주로 자리잡고 있는 오라클과 IBM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며 여기에 SQL서버2000으로 무섭게 따라붙고 있는 MS까지 감안하면 DB시장은 앞으로 신 3강이 정립하는 체제가 유력해졌다. 특히 미국 본사에 비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인포믹스 조직이 한국IBM에 흡수될 경우 국내 DB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막내리는 인포믹스 시대=20년동안 DB 전문업체로 입지를 굳혀온 인포믹스는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됐다. 인포믹스는 80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오라클, 사이베이스와 함께 3대 메이저 DB업체로 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최근 5∼6년 사이 제품 전략 실패와 잦은 CEO 교체 및 정책 변경, 영업상의 혼선 등으로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현재 인포믹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 안팎 수준이며 나스닥 주가는 2∼5달러 사이를 오가는 등 어려움이 가중돼온 상태다. 최근 발표한 1·4분기 매출 역시 2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5000만달러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포믹스는 지난해 말 솔루션 사업부를 에센셜소프트웨어로 분사시켜 DBMS 사업에만 전념해왔으나 결과적으로 M&A를 염두에 둔 준비작업이었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DB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데다 경쟁구도마저 오라클, IBM, MS로 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M&A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DB분야 신 3강 구도 정착=앞으로 DB시장은 오라클, IBM, MS 등이 주도하는 신 3강체제로 정착될 전망이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DB 전문업체 사이베이스 역시 최근들어 EAI, EIP 등 e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BM은 현재 오라클과 세계 DB시장에서 30% 안팎의 점유율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메인프레임 부분을 제외하면 오라클에 뒤처져있다.

게다가 MS의 추격도 만만찮아 DB분야에서 확고하게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뭔가 확실한 전략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IBM은 이번 인수를 통해 고객기반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유닉스 및 윈도NT DB사업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인포믹스의 DB시장 영향력이 이미 미미해졌기 때문에 이번 인수를 통해 IBM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다만 IBM이 DB사업 강화의지를 천명한 만큼 이를 계기로 더욱 공격적인 시장전략을 펼 경우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IBM DB2를 자사 DB로 이전(마이그레이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선제공격에 나섰다.

MS 역시 지난해 엔터프라이즈 DB시장에 초점을 맞춘 SQL서버2000을 내놓고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어 오라클, IBM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시장은=지난 94년 설립된 한국인포믹스 역시 8년 만에 지사 활동을 공식 마감하게 됐다. 한국인포믹스는 2000여개의 DB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210억원(소비자 시장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등 국내 DB시장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한국인포믹스 측은 완전한 합병이 이뤄지는 7월전까지는 예전과 다름없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인수가 공식화된 만큼 사용자 지원, 교육 등을 제외한 일부 부분에서는 예전과 같은 활동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포믹스는 현재 40명 가량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본사 차원에서 고용승계를 밝혀 조직통합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태지역 담당자가 방한해 논의가 이뤄져야만 가능할 전망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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