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진화한다>(14)차세대 인터넷 선점하라

진화하는 인터넷의 실제를 보여주는 것이 ‘차세대 인터넷(NGI)’이다. 먼 미래의 청사진 정도로 회자되던 차세대 인터넷의 실체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표참조

 이미 기본 골격과 기초 기술은 상당 부분 완료됐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 나라의 주도권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차세대 인터넷은 한마디로 ‘인터넷 같지 않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마치 TV방송이나 영화·이동전화처럼 일상생활의 일부분이 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전송 속도가 빨라야 하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으려면 IP주소도 무한히 많아야 한다. 차세대 인터넷은 기존 기가급(Gbps) 인터넷보다 1000배 이상 빠른 테라(Tbps)급으로 광대역화가 이뤄지고 음성·방송·영상 정보 등 고품질의 멀티미디어가 가능하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안성과 신뢰성이 뛰어난 것도 특징이다. IPv6가 차세대 인터넷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IPv4 체계로는 대략 43억개의 IP를 가질 수 있다. 우리나라만 놓고 볼 때 IPv4 주소는 1853만개이고 지난해 말 인터넷 이용자는 이미 1900만명을 넘어섰다. 현행 IPv4 주소 체계로는 IMT2000과 같은 무선인터넷은 물론 정보가전 보급에 따른 신규 IP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IPv6로 전환할 경우 2³²x2³²x2³²x2³²에 해당하는 IP를 새로 만들 수 있다. 대략 1인당 2억개의 IP를 할당할 수 있는 수다. 이 같은 속도, 멀티미디어 지원, 용량 등의 장점으로 인해 차세대 인터넷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인터넷을 선점하기 위한 각 나라의 개발 경쟁도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는 2003년까지 836억원을 투입해 IPv6 기반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역시 NTT커뮤니케이션스 등 5개사 공동으로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인터넷 제국의 패권을 노리는 미국도 이미 지난 96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시스코나 MS 등이 상용제품 개발을 눈앞고 두고 있다.

 IPv6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은 IPv4와 호환성 문제다. 또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IPv6에 대한 준비 부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ISP는 IPv6로 바뀌어도 별 문제는 없지만 별도의 투자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테스트 베드를 만들어 IPv6로 점진적 확산을 꾀하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다. 정부 주도로 IPv6 기술 개발 로드맵을 만드는 일 역시 필요하다.

 차세대 인터넷은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를 만들고 인터넷 기반 산업을 재도약하게 하는 킬러 기술이라는 점에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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