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파이어니어](23)제일약품 박경립 이사

“향후 2, 3년간 e비즈니스는 제약업계의 최대 화두가 될 것입니다. 밀려드는 외국 제약회사들과의 경쟁에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죠.”

 제일약품 정보화담당임원(CIO)인 박경립 이사(48)는 약 5년 후 제약업체의 상위 10대 기업(매출 기준)을 선정한다면 국내 업체는 많아야 2, 3개에 불과할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e비즈니스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인 시약 개발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반면, 당장 기업 내외부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만족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면 제대로 된 정보시스템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그렇지만 제약업계의 e비즈니스를 성급히 서두를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제품 자체가 국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터라, 일부 제품은 인터넷을 통한 거래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 게다가 정부정책으로 시행되는 의약품 유통정보센터, 물류조합 등의 서비스가 곧 시작될 예정이어서 일단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부터 갖추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사용하던 시스템으로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우선 영업부를 위한 이동컴퓨팅 시스템 등 당장 필요한 부분부터 차근 차근 진행할 것입니다.”

 그는 이달 말 기존 메인프레임 중앙집중식 환경에서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으로 전산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JMS프로젝트를 완료하게 된다. 다른 산업에서 들으면 이제서야 전산환경을 교체한다고 웃을 일이지만 제약업계 내에서는 그래도 빠른 편에 속한다. 그만큼 제약업계의 전산환경이 다른 산업에 비해 낙후돼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제약업체의 낙후된 전산환경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박 이사가 보령제약, 일양악품, 태평양제약, 한미약품 등의 정보화담당임원과 함께 최근 설립한 것이 한국제약정보시스템연구회다. 현재는 5개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회원사를 계속 늘려 국내 제약회사들의 전산시스템 운용사례와 솔루션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8년 동아제약 입사 이후 23년을 줄곧 제약업계와 함께 해 온 박 이사는 전산 업무를 맡은 지 이제 6년차다. CIO 역할을 하기에는 전산 경력이 짧을 수도 있지만 기획조정실, 종합기조실 등의 근무 경력을 토대로 현업사용자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최근 유한양행을 비롯한 선두업체들이 일제히 전산환경 교체에 나서는 등 향후 2, 3년간 제약업계의 e비즈니스 바람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제약정보시스템연구회 회장으로서 그의 역할도 기대된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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