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왕

 “이거 특허거리인걸.”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혹은 버스를 타고가다가 문뜩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첩을 꺼내 적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은 시청앞에서 볼 수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강남역 근처에서 만날 수 있다.

 시청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은 SK신세기통신 무선인터넷 사업본부에 근무하는 윤영배 팀장(38)이고 강남역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LG텔레콤 포털사업담당 김형선 과장(37)이다. 이들은 올해 각각 회사의 발명왕 또는 특허왕으로 발탁된 인물로 ‘아이디어 샘’이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다.

 SK신세기통신의 윤영배 팀장은 특허 14건, 의장 12건, 실용신안 2건 등 모두 28개를 출원한 상태다. LG텔레콤의 김형선 과장도 개인명의와 공동명의를 합쳐 14개 이상 특허를 출원했다.

 이들이 출원한 특허는 여러가지다.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특허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순한 것까지 다양하다. 단말기 단추에 진동표시, 자물쇠표시 등 단말기 버튼에 있는 여러가지 아이콘의 대부분은 윤 팀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김 과장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길거리 즉석 사진기와 LG텔레콤의 망을 연결시켜 사진을 단말기로 전송시키는 방법을 특허출원했다. 이 서비스는 컬러단말기와 cdma2000 1x 시장이 열리면 이용자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특허출원에 몰두하게 된 것은 기술개발 과정에서 특허를 미리 출원하지 못해 기술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수 차례 목격하고 나서부터다.

 윤 팀장은 “특허는 공격용이라기보다는 자사의 기술을 방어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특허를 통해 타사와의 기술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동시에 기업의 무형 고정자산으로 회사의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김 과장도 “하나의 특허출원을 하면 그 특허는 3∼4개씩 거미줄처럼 특허망을 형성해 유사 아이디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김 과장은 입사동기가 간단한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는 것에 자극을 받은 경우다.

 김 과장은 “특허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것으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얼마나 빨리 특허로 만들어 내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허청에 아이디어를 등록하고 특허출원 증명서를 받을때는 묘한 성취감을 느낀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들이 특허왕이 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특허를 받으려면 여러가지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다 엔지니어들에게는 특허관련 문서를 꾸미는 것이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주변의 시선도 따가웠다고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하게 되면 ‘그게 무슨 특허냐’는 비야냥도 무시 못할 고충이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회사 차원에서 특허출원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생긴데다 특허 전문가들을 회사에서 채용, 예전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SK신세기통신은 올해부터 사내 발명왕 제도를 마련해 지난 13일 1회 시상식을 갖고 윤 팀장을 발명왕으로 뽑았다. LG텔레콤은 특허관련 ‘직무발명 보상기준’을 마련, 전사적으로 아이디어 확보에 나섰다.

 윤 팀장과 김 과장은 특허에 대한 시각이 좋아지면서 타 연구원들도 앞다퉈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에 대해 흐뭇해하는 눈치다.

 윤 팀장은 “앞으로는 특허가 비용절감, 매출증대 등에 직결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김 과장도 “특허출원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상품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특허출원뿐 아니라 특허의 상품화를 통해 자신의 일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라 회사와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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