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TFT LCD 생산국 등극 의미

한국이 세계 최대의 TFT LCD 생산국으로 등극하는 것은 단순히 특정 품목에서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인 브라운관(CRT)에 이어 첨단인 TFT LCD 부문에서까지 최대 생산국이 돼 한국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

 최근 양산 경쟁에 들어간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 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이다.

 또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국가 기간산업인 디스플레이산업에서 막강한 힘을 보유함으로써 ‘칩(chip)과 디스플레이(display)’로 요약되는 미래 전자정보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자격을 갖췄다.

 그렇지만 대만,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에서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미래가 무조건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TFT LCD 생산 1위 등극은 이러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밑바탕에서부터 되짚어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위 등극의 배경=우리 업체들도 잘했지만 일본 업체의 시장을 잠식한 대만 업체가 일등 공신이 될 전망이다.

 뒤늦게 가세한 대만 업체들은 지난해초 5%대의 점유율에서 지난해말 13%대로 껑충 뛰더니 올해에는 무려 22%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말 신규 가동한 3.5세대 라인의 2단계 증설과 4세대 라인 신규 증설로 대만 업체의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의 3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업체들은 대만 업체에 기술을 제공할 때만 해도 이같은 대만의 생산량 증가가 자국 점유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여기에 가격까지 급락하자 일본 업체들은 애초 계획한 4세대 라인(680×880㎜, 730×920㎜)의 신증설도 보류하는 상황이다.

 일본 업체들은 그 대신 휴대단말기용 소화면 제품을 생산하는 저온폴리 TFT LCD 생산라인의 증설에 주력하나 당장 시장이 크지 않아 고민스럽다.

 ◇대만 경계령=무서운 속도로 따라붙는 대만 업체의 공세를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대만 업체들은 TFT LCD 가격하락과 현지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거의 모든 업체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워낙 정부의 지원이 막강해 퇴출되는 기업은 국내 업체의 기대와 달리 거의 없을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외산 LCD 생산장비와 원재료에 대한 수입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으며 장비 구입과 공장 건설에 2%의 저리로 융자한다. 5년간 25%의 법인세 면제, 개발비 50% 지원 및 국책연구 강화 등 TFT LCD 관련 정부 지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국내 업계는 최근 ADT와 유니팩의 합병을 보며 대만 업체의 구조조정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퀀타라는 회사의 신규 진입, 핵심 부품 생산 확대 등에서 보듯 오히려 대만 업체의 저변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특히 대만 업체는 17·18인치 고해상도 모니터 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가 하면 저온폴리 제품 생산라인 구축 등 내심 몇년 뒤 기술 제휴국인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른다는 기세다.

 ◇수성이 더 어렵다=한국은 당분간 TFT LCD 최대 생산국의 위치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은 현 생산라인보다 두배 이상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5세대 라인을 내년께 가동할 예정이나 일본과 대만 업체들은 이제서야 4세대 라인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내 TFT LCD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영원한 1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만 업체에 비해 한국 업체가 정책적으로 받는 지원은 보잘 게 없다. 높은 수입 관세나 금융 비용으로 원가 구조가 불리한데다 TFT LCD에 관한 거의 유일한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G7과제도 오는 9월이면 끝난다.

 원가비중이 높은 생산장비와 원재료를 일본, 유럽 등지에서 수입해 쓰는 것도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대만보다 원가가 낮은 것은 감가상각 부담이 적고 우수한 공정기술에 따른 원가 경쟁력이 앞서기 때문이나 갈수록 약효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대의 생산국으로 도약하는 마당에 걱정만 앞선 상황이다.

 업계를 더욱 지치게 만드는 것은 정책 당국과 국민의 무관심이다.

 장원기 삼성전자 천안공장장은 “산업 육성책은 물량 경쟁에서 원가 경쟁으로 바뀌는 지금 오히려 더욱 절실한데 업계가 ‘정부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하면 ‘돈 많이 버는데 무슨 지원이 필요하냐’는 반응만 나와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한국·일본·대만의 TFT LCD 시장 점유율 예측, %>

   2000 2001 2002

 한국 39 42 43

 일본 48 35∼36 30

 대만  13 22∼23 27

 

<생산량 예측, 만개>

  2000 2001

 한국 1170 1750

 일본 1650 1520

 대만 340 920

  계 3160 4190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