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게임은 컴퓨터게임, 전자게임이다. 컴퓨터게임 산업과 비즈니스는 70년대 초 미국에서 싹텄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 컴퓨터·전자 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바로 미국였기 때문이다.
게임 비즈니스, 게임 벤처의 원조로 추앙받는 놀란 부시넬(Nolan Bushnell)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컴퓨터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게임들을 접했다. 졸업 후 암펙스사에 들어가 컴퓨터그래픽기사로 일하면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놀란 부시넬은 ‘너칭 어소시에트’라는 회사를 통해 71년 ‘컴퓨터스페이스’를 선보였다. 컴퓨터와 TV모니터가 일체화된 형태였고 25센트짜리 동전을 넣어 작동하게 설계됐다. 세계 최초의 주화 삽입식(Coin Operated) 아케이드 게임기였다.
대중에게 생소한 상품 대부분이 초기 마케팅에서 고전하듯이 놀란의 컴퓨터 게임기도 외면을 당했다. 기술적으로 생소했지만 마케팅 측면에서도 저항에 부딪쳤다. 당시 미국에는 핀볼(쇠구슬을 스프링 막대로 튕켜서 구멍에 넣는 게임)이라는 유기기구가 인기를 끌었으며 주로 유흥업소에 설치되어 있었다. 컴퓨터 게임기는 핀볼 등 기계식 유기기구 유통망을 통해 배급돼야 했고 취객들을 만족시켜야만 했던 것이다. 즉 컴퓨터 게임기는 첨단이었지만 시장은 구태의연했고 보수적이었다. 한마디로 아주 쉽고 단순하게 접근해야 했던 것이다.
72년 놀란 부시넬이 설립한 아타리사가 출시한 테니스게임 ‘퐁(Pong)’에는 바로 ‘컴퓨터스페이스’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이 반영됐다. ‘퐁’은 58년 히긴 보섬 박사가 개발한 테니스게임을 모방한 것으로 결코 독창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단순한 것을 원하는 시장(소비자)의 니즈(needs)를 만족시켰다. 대당 1200달러였던 ‘퐁’이 출시 1년만에 8500대가 판매될 정도로 히트를 쳤다. 76년에 나온 ‘브레이크 아웃(Breakout)’, 일명 ‘벽돌깨기’로 잘 알려진 게임은 아타리의 대표적인 히트작 가운데 하나다. 이 게임의 기판은 아타리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던 스티브 잡스(애플컴퓨터 설립자)가 그의 친구 워즈니악과 함께 개발했다.
잇따른 히트작으로 아타리는 시장을 선점했지만 불법복제품과 아류작의 범람으로 자금난에 봉착한다. 아타리는 결국 76년 2800만달러에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인 워너커뮤니케이션즈 산하에 흡수됐다. 그러나 놀란 부시넬은 벤처사업가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아타리의 창업 자금이 단돈 500달러였으니 5년만에 회사 가치를 무려 5만6천배나 높였기 때문이다.
놀란 부시넬, 아타리와 더불어 70년대의 게임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 중 한 사람은 랄프 베어(Ralph Bear)다. 그는 로랄이라는 회사에서 TV설계자로 근무했는데 ‘수동적인 TV를 어떻게 능동적인 미디어로 활용할 수 있을까’하는 연구에 몰입했다. 68년 TV화면에 점을 발생시키는 장치(dot generator)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랄프 베어는 이 기술과 특허를 71년 TV생산업체인 마그나복스에 넘겼고 이 기술을 토대로 마그나복스는 ‘오딧세이’라는 TV연결형 비디오 게임기를 최초로 상품화했다.
마그나복스 역시 의도도 좋았지만 마케팅에서 실패했다. 마그나복스는 이 게임기를 이용하려면 자사가 생산한 TV를 반드시 구입해야하는 것처럼 홍보를 했고 자사의 공식총판에만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판매량을 스스로 한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마그나복스는 뜻밖의 횡재를 했다. 즉 랄프 베어가 특허를 획득해 놓은 덕택에 각종 특허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아타리로부터 70만달러를 받은 것을 비롯해 무려 100만달러 이상을 로열티로 벌어들였다.
70년대에 이미 게임특허 로열티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은 최근 국내외에서 특허·저작권 갈등을 빚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허와 저작권은 첨단기술,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더불어 확실한 수익 모델임을 입증해 준 것이다.
<유형오 게임브릿지대표 gb1@gamebridge.co.kr>
많이 본 뉴스
-
1
켐트로닉스, 반도체 유리기판·웨이퍼 재생 시동…“인수한 제이쓰리와 시너지 창출”
-
2
'대세는 슬림' 삼성, 폴드7도 얇게 만든다
-
3
“美 트럼프 행정부, TSMC에 '인텔과 협업' 압박”
-
4
온순한 혹등고래가 사람을 통째로 삼킨 사연 [숏폼]
-
5
"불쾌하거나 불편하거나"...日 동물원, 남자 혼자 입장 금지한 까닭
-
6
트럼프 취임 후 첫 한미 장관급 회담..韓은 관세·美는 조선·에너지 협력 요청
-
7
삼성·SK 하이닉스 '모바일 HBM' 패키징 격돌
-
8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요람…바이오판 '반도체 아카데미' 문 연다
-
9
아모레퍼시픽, 'CES 화제' 뷰티 기기 내달 출시…“신제품 출시·글로벌 판매 채널 확대”
-
10
“시조새보다 2000만년 빨라”… 中서 쥐라기시대 화석 발견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