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째 지속되는 환율인상으로 수입가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지난해 12월 11일 1183원에서 최근 1300원을 웃돌기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IMF한파 이후 3년여 만에 또다시 1300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당초 달러당 1250원을 기준 환율로 책정했던 수입가전업체들은 이처럼 환율이 1360원까지 치솟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인상으로 수입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국내 판매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최근 불거진 교과서 왜곡사건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어 그또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99년 7월 수입선다변화조치(일제 직수입 금지)가 폐지된 이후 1년 반에 걸쳐 한국시장 탐색을 끝내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선 JVC, 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메이커들이 환율상승으로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4월부터 접어든 비수기에 환율상승, 일본교과서 문제로 인한 일제제품 불매운동으로 수입가전업계의 입장에서는 삼중고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수입가전업체들이 환율인상이라는 복병을 만나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를 호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IMF환란 이후 외산 가전이 선점해온 프로젝션TV와 양문여닫이냉장고 등 고급가전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기회에 캠코더와 DVD플레이어 등 일본업체들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디지털가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에 따라 수입가전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채산성 악화다. 당초 달러당 1250원을 기준환율로 책정했던 대부분의 수입업체는 최근 1300원대로 상승하자 당장 수익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1250원에서 1300원대로 상승한 환율 폭은 일반 제품원가에서 5%를 차지하는 금액”이라며 “이 정도는 싱가포르측이 원가를 내리거나 판매원이 마진율을 줄이는 방법 등을 통해 흡수할 수 있으나 만일 1400원을 넘어서면 흡수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돌입한 JVC코리아는 우선 국내공급물량에 차질이 없도록 본사와 협의하는 한편 제품가격 인상을 통한 마진율 확보도 고려하고 있다.
본사측과 협의의 여지가 있는 수입업체의 형편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캐논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한 업체는 선적 즉시 현금결제를 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상승하자 마진은 고사하고 원가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당초 1120원을 기준환율로 책정했던 이 업체는 지난해 여름부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환율이 높다고 수입을 줄일 수도 없어 적자상태에서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방송장비 수입업체인 대흥멀티미디어도 최근의 환율상승으로 인한 마진폭 축소에 고민하고 있다.
△업체들의 대응=싱가포르에 아시아 헤드쿼터를 두고 있는 소니코리아는 최근 싱가포르측에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조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또 일본 본사측과는 1250원으로 책정했던 기준환율을 재조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JVC코리아도 환율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제품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JVC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일본 교과서 파문 등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보니 업체들끼리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샤프전자는 결제화폐를 달러에서 엔화베이스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엔화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달러보다는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망=국내의 경제사정으로 보아 이 같은 환율인상 추세가 쉽게 반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수입업체는 채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제품에 대한 사회적인 반감이 거센데다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떨어졌다”며 “이 같은 불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에서는 환율강세가 이어질 경우 이미 확정된 오더를 제외하고 앞으로의 오더를 줄여나가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실제로 수입가전상가에서는 벌써부터 캠코더를 비롯한 일부 인기 수입가전의 물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가전업체들의 악재는 국내 가전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는 수입가전업체들이 환율인상으로 인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칠 수 없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특히 외산가전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프로젝션TV와 캠코더, DVD플레이어 등 고급 디지털 가전시장에서 국산제품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입가전업체들이 환율이 진정될 때까지는 공급물량을 줄이거나 수익성 보전을 위해 판매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만큼 여러가지 면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한국시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가기 위해 준비해온 수입가전업체들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아닌 환율폭등과 일본 교과서 문제 등의 걸림돌을 만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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