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립PC업자 고사 막아야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집단상가에서 조립용 PC를 생산하는 사업자들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게 됐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마련한 ‘전기안전인증제도’ 시행이 오는 7월로 다가왔지만 조립PC생산업체들이 그것을 따를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기안전인증제도는 각종 전기용품과 함께 개인용 컴퓨터를 판매하기 전에 공인기관으로부터 제품이 안전하다는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가정용 전자제품이나 전기제품은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불량으로 화재를 발생시켜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도 안전인증을 포함한 각종 인증제도를 두어 소비자가 안심하고 전기나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제품을 사용한 후에 사고가 생기면 제조물책임법까지 적용해 제조업체가 손해를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안전인증제도를 엄격히 시행하는 것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은 틀림없다.

대기업처럼 개인용 컴퓨터를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대기업이 개인용 컴퓨터에 대해 안전인증을 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다 모델당 인증비용이 140만∼150만원에 달하지만 PC 모델이 다양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용산을 비롯한 조립PC업체들은 대기업과는 사정이 다르다. 대기업의 PC제품을 ‘기성복’이라고 하면 상가의 조립생산업체 제품은 ‘맞춤복’이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각종 부품을 조립해 판매하는 게 집단상가의 실정이다.

그들은 대부분 유명회사의 부품을 사용해 PC를 조립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안전인증을 받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립PC생산업체들이 안전인증을 만족시키려면 사실상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 경우 조립PC업체들의 인증비용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인증받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자체 조립한 제품은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결국 정부가 PC에 안전인증을 적용하고 또 그것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까지의 벌금을 부과할 경우 조립PC업체들의 지속적인 영업활동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조립상가업체들은 지난해 7월 이미 이 제도가 마련돼 올해 7월이면 시행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준비를 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즉 대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순수하게 도매나 소매를 하는 식으로 사업내용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대기업의 대리점들이 집단상가에 터를 닦아놓은 떠라 이런 방법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특히 국내 PC시장에서 조립상가 제품은 한때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도 그 양은 상당히 많고 사업자 수도 적지않다. 그것은 곧 소비자들이 그러한 형태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것의 반증이다.

이제 안전인증제도 시행일이 두달 남짓 남아 해결책을 찾기에 시일이 촉박하기는 하다. 그러나 조립PC업체도 어엿한 사업자의 형태를 띠고 있는 만큼 정부가 융통성을 갖고 그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