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41회-「닷컴은 죽지 않았다」

작년 한해 동안 많은 사람들이 닷컴 기업과 함께 「코스닥 청룡열차」를 탔다가 큰 낭패를 당했다. 닷컴 투자로 횡재하리라던 기대와 달리 거품이 빠진 뒤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많은 이들이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쉬어야 했다. 벤처가 성공할 확률이 3% 미만이라는 통계적 사실을 무시하고 한탕 잡으려던 묻지마 투자가 초래한 당연한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닷컴을 비난하며 탓하지만 과연 닷컴 만의 잘못인가. 닷컴은 오히려 가장 큰 피해자일 수 있다.

비록 재테크를 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닷컴의 벤처 정신은 정보통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들은 인터넷을 확산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형성해 디지털 사회를 일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오늘날 초등학생에서 노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이 모든 분야에서 인터넷을 활용하게 되기까지 젊음을 불태우며 인터넷 기술과 응용서비스를 발전시켜 온 그들의 공로가 컸다.

그같은 기여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닷컴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고객은 많은데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지만 고객이 돈을 주고 살 만한 서비스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그러나 주목해 보면 한편으로 시장을 냉철히 읽고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하면서 많은 수익을 내는 닷컴들도 눈에 띈다.

미국의 야후는 광고수입 감소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지만 일본 야후는 지속적으

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야후 재팬은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130% 증가하고 이익은 152%나 늘어나는 놀라운 실적을 냈다. 광고에 주로 의존하는 미국 야후의 경영전략을 따라가지 않고 광고보다 다른 부대사업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내는 전략을 택한 결과다. 기존 닷컴들이 걸어왔던 사업방향을 거부하고 사고의 전환을 통해 다른 길을 걸어간 것이 야후 재팬에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나아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잡으려면 온라인에 국한된 사업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터넷과 굴뚝산업을 결합하는 클릭 앤드 모르타르(Click and Mortar)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오프라인사업을 온라인으로 강화시키는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놀라운 시너지를 창출한 사례도 많다.

미국의 암웨이는 기존의 다단계판매방식과 인터넷을 결합한 「퀵스타」라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열어 한달만에 하루평균 4000만클릭을 상회하는 대표적인 전자상거래회사로 거듭났다. 이 회사는 충실도가 매우 높은 기존 고객들을 온라인에서 구매토록 유도하고 자사제품은 물론 1000여개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위탁 판매하는 거대한 온라인 통합쇼핑몰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IBM은 스스로 e비즈니스를 추진해 하루평균 6500만달러의 매출과 1억2000만달러의 구매를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20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았다. 시스코도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바꾸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GE 역시 인터넷을 통한 경영혁신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닷컴 기업들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수익창출을 위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성공시키기 위한 인프라를 강화하고 오프라인 기업과의 과감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야 한다. 오프라인기업의 온라인화와 더불어 닷컴기업들이 수익성이 있는 비즈니스를 강화해 나갈 때 새로운 시장과 그에 따른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통신기술과 정보기술의 발전은 갈수록 빠른 속도로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모든 기업에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어려움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닷컴은 죽지 않았다. 다만 변신중이다. 닷컴은 끊임없는 구조조정과 변신을 겪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분야를 계속해서 개척하고 선도해 나갈 것이다. 이들은 오프라인은 물론 향후 도래할 무선 디지털세상에도 갈수록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비록 3%의 성공확률에 불과하다해도 닷컴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닷컴과 같은 소수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에 달려있다.

김형회 (주)바이텍씨스템 회장(hhkim@bit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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