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일반인들로부터 가장 주목을 끌었던 제품은 단연 디지털카메라였다. 필름을 넣을 필요도 없고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찍은 사진을 PC에서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가. 그러나 이렇게 이점이 많은 디지털카메라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사진을 뽑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온라인사진서비스가 지난해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것은 이런 필요에서 출발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터넷으로 전송하면 사진을 뽑아서 고객의 집으로 배달해주는 이들 서비스는 일반적인 프린터로 뽑은 사진이 아니라 일반 사진과 똑같은 인화지에 사진을 뽑아주기 때문에 화질도 깨끗할 뿐 아니라 사진이 변질될 염려도 없다. 일부 업체들은 집이나 학교 및 회사 근처에서도 사진을 찾아갈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은 물론 전자앨범과 앨범공유 및 사진변환 등 최신기술까지 접목하고 있다.
때문에 온라인사진서비스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연예인이나 만화캐릭터 사진을 직접 손에 쥐고 싶어하는 신세대 네티즌들로부터 시작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업체마다 적게는 몇천명에서 많게는 수만명까지 회원을 확보하고 짭짤한 인화료 수입을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수많은 업체들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온라인포토와 아이포탈은 출발점에서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온라인포토(http://www.op.co.kr)는 송화시스템기술이 지난해 11월 오픈한 서비스로 송준석 사장(41)은 디지털 사진시장의 태동기서부터 잔뼈가 굵은 이 시장의 터줏대감이다. 하지만 아이포탈(http://www.iphotal.com)은 말그대로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때를 같이해 성장한 신세대들의 집단으로 황찬욱 사장(31)과 동료들은 인터넷의 묘미에 푹빠져지낸 마니아들.
출발은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사진 시장의 진행방향에는 주저없이 한 목소리를 낸다.
『사진시장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의외로 더디게 진행되면서 미국이나 일본과의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고 있지요. 하지만 온라인사진서비스가 그 격차를 대폭 줄이며 사진의 디지털화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온라인사진서비스를 통해 디지털사진을 쉽게 인화해 보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디지털카메라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코닥과 후지가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사진시장은 온라인사진서비의 등장으로 서서히 재편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7000여 DP점과 2만여 사진관들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의 길을 겪게 될 겁니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사진을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데 누가 사진관으로 가겠습니까.』
송 사장의 이런 전망에는 황 사장도 고개를 끄덕인다. 변화의 흐름을 일찌감치 감지한 사진관들 중에는 디지털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장비를 고가에 들여놓고 변화에 동참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고 일일이 사진을 찾으러가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지 온라인사진서비스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황 사장은 그러나 온라인사진서비스가 여기서 만족하면 곧바로 도태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저가의 인화장비들이 대거 공급되기 시작하면 사진관들도 디지털사진을 마음껏 다룰 수 있게 될 겁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갖추고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것은 시간 문제지요. 온라인 사진서비스도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편리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봅니다.』
디지털 사진을 다루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던 송 사장으로서는 후배인 황 사장의 지적이 고맙기만 하다. 그동안 사진 소프트웨어 개발과 보급에 매달리며 겪었던 어려운 고비들이 떠올랐기 때문. 그간의 경험을 반추하던 송 사장은 한가지 걱정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시장은 밖에서 보기와는 달리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전문적인 시장이라는 것.
『온라인사진서비스는 지금 과열되고 있습니다. 경쟁이 지나치다보니 사진 한장당 인화료가 턱없이 낮게 책정돼 있죠. 이용자들이야 신이 나겠지만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수익확보가 기본이잖아요. 경쟁을 통한 우열가림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벌써 초기사업자 중 서너곳이 문을 닫을 정도니 이러다간 다같이 망하는 사태도 생기지 말란 법이 없지요.』
이 점에 대해선 황 사장도 견해를 같이 했다. 인화료가 곤두박질치다 못해 최근에는 무료 인화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황 사장은 업계 대선배인 송 사장에게 젊은 세대답게 건설적인 제안을 했다.
『업체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 절실합니다. 컬러 프린터로 뽑은 사진이 아니라 일반 사진과 똑같다는 점 등 디지털사진 인화에 대한 인식확대를 위한 공동광고 등도 시도해볼 수 있겠지요.』
두 사람은 이번 만남이 반목과 질시로 얼룩진 온라인사진서비스 업체간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디지털사진시장이라는 거대한 바다로 가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는 마음으로 다같이 모입시다.』
송준석 송화시스템기술 사장 약력
△87년 동의대학교 수학과 졸업
△87∼94년 미르코리아 이사 근무
△94년 송화시스템 창업
△98년 팬시포토 솔루션 개발
△2000년 11월 온라인포토 오픈
황찬욱 아이포탈 사장 약력
△94∼97년 서울시스템서비스 SI설계팀 근무
△99년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
△2000년 2월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 취득
△2000년 6월 아이포탈 설립
△2000년 9월 서비스 오픈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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