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델 제휴의 의미

삼성전자와 델의 이번 전략적 제휴는 특정회사의 단순한 공급 계약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PC시장의 침체로 반도체와 TFT LCD 등 핵심 부품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시점에서 두 회사가 장기 계약을 맺음으로써 시장이 조기에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델이 삼성전자와 서둘러 장기 계약을 맺은 것은 메모리와 TFT LCD의 가격 하락이 거의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외의 메모리 및 TFT LCD업체의 입장에선 이번 삼성과 델의 장기 계약이 앞으로 시장 환경이 나아질 수 있다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배 아파할 일」만은 아니다.

◇제휴 내용=삼성전자가 델에 공급하는 제품은 램버스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와 TFT LCD·LCD모니터·DVD롬 및 CD롬 등 광기록재생장치(ODD) 등 컴퓨터용 주요 핵심 부품을 망라했다.

삼성은 델과 지난 95년에 메모리, 99년 TFT LCD의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는데 이번에 공급 품목을 전면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들 제품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 가격은 구매 물량과 계약 시점에 따라 유동적이며 두 회사는 일단 2주마다 가격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두 회사는 또 연구개발(R&D)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가격 경쟁에 대비한 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 관한 기술을 공유할 계획이다. 두 회사의 협력 범위가 차세대 컴퓨터는 물론 프린터 등 다른 시스템의 핵심 부품 분야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공급 금액은 이번에 발표한 160억달러보다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휴 배경=이번 제휴는 전략제품 및 대형거래선 확대(삼성전자)와 안정적인 물량 확보(델)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소니·인텔 등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 델을 확고한 고정거래선으로 확보해 IBM·HP·컴팩·노키아·애플·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기존 고객과 함께 대형 IT업체를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델 역시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돼 컴퓨터시장이 활성화할 때 부품 수급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델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비중이 높은 컴퓨터회사로, 이번에 삼성전자로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부품을 공급받아 가격 경쟁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미칠 영향=델이 삼성전자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IBM·컴팩·HP 등 델의 경쟁사들도 부품 확보 경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회사는 최근 주요 핵심 부품의 가격이 하락하자 기존 계약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장기 계약을 늦춰왔는데 다시 재개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혜택은 고스란히 삼성전자·현대전자·마이크론·LG필립스LCD 등 주요 부품 공급업체에 돌아간다.

그동안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 업체로선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그렇지만 최근 경기 불황으로 1위와 2위 업체들의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1위 기업들이 수주 영업에서도 더욱 유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업계는 장기 공급선을 잡기 위한 2위권 업체들의 물밑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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